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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 끝내고 중국 간다…트럼프의 '방중 전 정리' 왜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7 09:23

수정 2026.05.07 09:22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다음 주 중국 방문 전에 마무리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는 14~15일 중국 방문을 앞두고 중동 리스크를 털어낸 뒤 중국과의 정상회담에 나서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시기 이란 외무장관까지 중국을 방문하면서 종전 협상 국면에서 중국의 중재자 역할과 외교적 위상도 더욱 커지고 있다.

방중 전 종전 가능성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P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방문 전 협상이 마무리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란 문제가 정리될 가능성을 직접 시사한 셈이다.



폭스뉴스 앵커 브렛 바이어와의 통화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타결까지 약 일주일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어는 "트럼프 대통령은 신중한 낙관론을 보였다"며 "구체적인 일정을 물었을 때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일주일 정도를 예상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이 끝나는 오는 15일까지 이란과의 협상이 마무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은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되고, 앞으로도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도 다른 여러 사안과 함께 이 점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지하 핵시설 가동 중단과 핵 활동 제한 문제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고 시사했다. 핵무기 포기와 함께 핵 프로그램 자체를 장기적으로 통제하는 방안이 최종 합의안에 담길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중국 협상력 극대화 계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방문 전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게 보는 배경에는 중국과의 협상 지렛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최근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는 이란 문제를 마무리한 뒤 중국을 방문해 협상 우위를 과시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신보 중국 외교부 외교정책자문위원도 "트럼프는 이제 이란 문제를 최대한 빨리 넘기고 싶어 할 것"이라며 "미국이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중국과 마주 앉는다면 훨씬 강한 협상 지렛대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과의 전쟁이 길어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식을 위해 중국에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시진핑 주석과 논의할 미국 농산물 수입 확대, 보잉 항공기 구매, 희토류 수출 문제 등 핵심 경제 현안이 미국에 유리하게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중국 입장에서도 이란 문제는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이란의 최대 원유 구매국이자 주요 외교적 후원국으로, 이란 정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방문 전에 전쟁을 끝내려는 이유 중 하나로 중국에 대한 협상 의존도를 낮추려는 계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대니얼 샤피로 전 미국 국방부 중동 담당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베이징 방문 전에 전쟁을 끝낼 강한 동기가 있다"며 "전쟁이 계속되면 시진핑 주석에게 이란이 미국의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입장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동 전쟁이 계속되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대중국 억지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이는 미국을 불안정한 세력으로, 중국을 책임감 있는 국가로 부각시키려는 시진핑 주석의 전략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도 조기 종전 원해

중국 역시 국제사회에서의 외교적 역할 확대와 안정적인 원유 수입 확보를 위해 중동 전쟁의 조기 종식을 원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장 왕이는 6일 베이징에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전쟁 종식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이 이란전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의 핵심 중재자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왕 부장은 회담에서 "전면적인 적대행위 중단은 더 이상 지연돼서는 안 된다"며 "적대행위 재개는 더욱 바람직하지 않으며 협상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공개적으로 조기 종전 메시지를 낸 것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외교적 계산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락치 장관의 이번 방중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 발발 이후 첫 고위급 중국 방문이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막판 조율에 들어간 시점과 맞물리면서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이란의 최대 원유 구매국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란산 원유 수송은 일부 유지되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중국 경제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어 중국이 조기 종전을 원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전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단순한 무역 협상을 넘어 중동 질서 재편과 에너지 공급망 안정까지 논의하는 복합 외교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군인 어머니의 날'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군인 어머니의 날'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