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살해 최근 4년간 50건대 지속
노인학대 88%가 가정 내부서 발생
전문가 "사후 처벌 넘어 예방 중심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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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 문제를 겪던 A씨(54)는 평소 어머니 B씨(75)에게 폭언과 폭력적인 행동을 일삼았다. 지난 2월 26일에도 술에 취한 채 어머니에게 욕설을 퍼붓고 목을 조르려 했다. 겁에 질린 어머니가 방 안으로 몸을 피한 뒤 문을 잠갔지만 밤새 위협했다. 그러나 경찰은 불입건 종결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어머니가 아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뉴스] 노인 인구 1000만명 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존속살해·미수 사건 등 존속 범죄가 위험 수위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패륜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사회적 돌봄 시스템의 결함으로 진단하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연계된 선제적 감시망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부모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은 최근 4년 연속 50건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48건에서 2023년 59건, 2024년 60건으로 늘었으며 지난해에도 55건(잠정)이 발생했다. 실제 살해로 이어진 사건도 매년 30건 내외로 집계됐다.
극단적 범죄의 전조로 볼 수 있는 노인학대 신고 역시 증가 추세다. 경찰청의 '시도청별 노인학대 신고 건수'를 보면 전국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2020년 9707건에서 지난해 2만686건(잠정)으로 급증하며 5년 새 2배 넘게 뛰었다.
특히 노인학대의 상당수가 가정 내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보건복지부의 '2024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노인학대 사례로 판정된 7167건 가운데 88.2%인 6323건이 가정에서 발생했으며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이런 악순환은 최근 사례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지난달 서울 남부지법에서는 70대 어머니를 지속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매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함께 살던 어머니가 인지기능 저하로 이상 행동을 보인다는 이유 등으로 2024년부터 폭행을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어머니 입에 청테이프를 붙이고 수차례 폭행하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기 용인에서도 지난해 11월 한 아파트 복도에서 20대 아들이 70대 모친에게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둘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밥과 약을 제때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치매를 앓는 80대 노모를 수개월간 상습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50대 아들이 구속 송치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노인학대와 존속범죄를 단순한 '패륜' 문제로만 접근할 경우 사후 처벌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치매나 중증 질환 등으로 장기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녀 등 특정 가족 구성원이 부담을 홀로 떠안는 이른바 '돌봄 독박' 구조가 반복되면 폭력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접근해 정책 지원과 예방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부는 부모를 돌보는 책임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 존속살해나 자살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역시 명백한 범죄라는 인식이 필요하며 지자체에서 (학대 고위험 가정에) 국가 지원과 상담 체계를 적극적으로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 인력이 부족해 현재도 신고 뒤 사후 대응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경찰·지자체·노인보호전문기관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연결된 통합 돌봄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울러 가해자가 자식인 경우 피해 노인의 신고율 자체가 낮아 조기 발견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 징후를 조기에 진단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 개입과 위험 가정 발굴, 학대 징후 파악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단순히 처벌 가능한 범죄인지 여부만 볼 게 아니라 경찰과 복지기관이 위험 징후를 공유하고 예방 관점에서 기민하게 대응해야 진정한 예방이 가능하다"며 "노인이 경제적 효용성을 잃은 존재처럼 여겨지는 가정에서는 방임과 학대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기에 장기적으로는 노인이 독립적인 생활 기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과 교육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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