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물류비 예산 1억원서 2억원으로 증액
초보 600만원·성장 800만원·선도 1000만원 지원
해상·항공 운임과 해외 창고 보관료 포함
지난해 44개 기업에 1억원 지원
제주 수출 3억4042만달러 역대 최대
농수산물·화학제품도 물류비 부담 커져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수출기업의 가장 큰 장벽 중 하나인 물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이 확대된다. 제주 수출액은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섬 지역 기업은 원재료 반입과 완제품 반출 과정에서 해상·항공 운임을 먼저 감당해야 한다. 물류비 지원은 제주 제품의 해외 가격 경쟁력과 직결된다.
8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올해 도내 중소 수출기업 수출물류비 지원 예산이 지난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었다. 기업당 지원 한도도 전년보다 2배 높아진다.
지원 대상은 본사나 공장이 제주에 있는 중소 수출기업이다. 제주도는 기업의 수출 역량에 따라 초보 기업은 최대 600만원, 성장 기업은 최대 800만원, 선도 기업은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지원금은 기존 한도의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도내 중소 수출기업들이 현장에서 제안한 건의사항을 반영해 마련됐다. 제주 기업은 육지 기업보다 물류 구조가 불리하다. 원재료를 들여오고 완제품을 내보내는 과정에서 해상 운송이나 항공 운송을 거쳐야 한다. 운임이 오르면 해외 바이어와의 가격 협상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다.
지원 항목은 수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비 전반이다. 부두 사용료와 터미널 핸들링 비용, 해상·항공 운임, 해외 창고 보관료, 국제 특송비 등이 포함된다. 터미널 핸들링 비용은 항만이나 공항 물류 터미널에서 화물을 싣고 내리고 보관·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제주 수출 3억4042만달러 역대 최대… 반도체가 외형 성장 견인
제주 수출은 지난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2025년 도내 전체 기업 수출 실적은 3억4042만달러(약 4853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80.2%로 전국 평균 수출 증가율 3.8%를 크게 웃돌았다.
수출을 끌어올린 1위 품목은 반도체다. 반도체 수출액은 전체의 61.8%인 2억1050만달러(약 3001억원)로 전년보다 101.3% 늘었다. 주요 수출지역은 홍콩 1억7649만달러(약 2516억원), 대만 1370만달러(약 195억원), 베트남 839만달러(약 120억원)다.
제주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큰 배경에는 제주시 첨단로에 본사를 둔 팹리스 기업 제주반도체가 있다. 팹리스는 공장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반도체 설계와 제품 기획에 집중한 뒤 생산은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는 기업을 뜻한다. 제주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설계 전문 기업으로 다양한 제품군을 설계하고 제조공정은 외부에 맡기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제주반도체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대규모 생산라인을 보유한 종합 반도체 제조사와 성격이 다르다. 저전력·저용량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모바일, 사물인터넷, 자동차 전장 등 틈새 시장을 겨냥해 왔다. 이런 팹리스 모델 때문에 대형 공장이 없는 제주에서도 반도체가 수출 효자 품목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품목 넓어진 제주 수출… 냉장·통관·특송 부담도 커져
제주 수출 품목은 반도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승용차와 항공기 부품 등 기계류 수출액은 3563만달러(약 508억원)로 전체의 10.5%를 차지했다. 보톡스 등 의약품과 화장품을 포함한 화학공업제품 수출액은 1408만달러(약 201억원)로 전년보다 80.3% 늘었다. 농·축·수산물 수출액은 전체의 19.2%인 6539만달러(약 932억원)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넙치가 일본 연말 성수기 수요에 힘입어 2922만달러(약 417억원) 수출됐다. 감귤은 생산량 감소와 내수 가격 상승 영향으로 수출액이 328만달러(약 47억원)로 줄었다. 반도체와 기계류, 의약품·화장품이 수출 외형을 키우는 사이 농수산물은 신선도 유지와 냉장 물류, 항공 운송 부담이 여전히 큰 품목으로 남아 있다.
수출 품목이 첨단산업과 농수산식품, 바이오·화장품으로 넓어질수록 물류비 부담도 업종별로 달라진다. 팹리스 반도체 기업은 해외 생산·유통망과 연결되고 넙치 같은 수산물은 신선도 유지와 냉장 물류가 중요하다. 화장품·의약품은 해외 보관과 통관, 국제 특송 수요가 뒤따른다. 제주 수출기업에 물류비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해 제주도는 도내 44개 기업에 총 1억원의 수출물류비를 지원했다. 산술평균으로 보면 기업당 약 227만원 수준이다. 올해 예산이 2억원으로 늘고 기업당 한도가 최대 1000만원으로 올라가면서 물류비 부담이 큰 기업의 체감 지원 폭도 커질 수 있다.
신청 기업은 제주전자무역지원시스템 첫 화면의 '수출역량 자가진단 서비스'에서 역량 진단을 먼저 해야 한다. 이후 결과 보고서와 증빙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제주도는 기업별 수출 단계에 맞춰 지원 규모를 나누는 방식으로 현장 체감도를 높일 계획이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면 물류비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해외 인증, 포장 고도화, 바이어 발굴, 전시회 참가, 현지 마케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제주도는 수출물류비 지원과 함께 해외 마케팅 비용, 전시회 참가 지원, 수출상담회 개최도 이어가고 있다.
강애숙 제주도 경제활력국장은 "물류비 지원 확대가 제주 수출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며 "기업 수요에 맞춘 수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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