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42년 전 시장서 발견돼 美 입양…이젠 세 딸의 엄마로 가족 찾는다 [잃어버린 가족찾기]

장유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1 13:59

수정 2026.05.11 13:59

5월 11일 제21회 입양의 날
41년 전 美 입양된 한인 박도숙씨
1984년 인천 현대시장 인근 발견
오리건주로 입양…현재 세 딸 엄마
"40년 동안 사라졌던 조각 찾을 것"

41년 전 미국으로 입양된 줄리 길버슨(한국명 박도숙)씨의 어린 시절 모습과 현재 모습. 본인 제공
41년 전 미국으로 입양된 줄리 길버슨(한국명 박도숙)씨의 어린 시절 모습과 현재 모습. 본인 제공
[파이낸셜뉴스] "저는 제 딸들이 '엄마는 누구고 우리는 어디에서 왔냐'고 물을 때 온전한 답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1년 전 미국으로 입양된 한인 줄리 길버슨(한국명 박도숙·44)씨는 한국에 있는 친생가족을 찾고 있다. 어렸을 때 시장에서 발견돼 이름과 생년월일, 출생지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가족을 찾아 자신의 뿌리와 역사를 알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입양 기록에 따르면 박씨는 두 살 무렵이던 1984년 11월 1일 오전 11시께 인천 현대시장 인근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박씨는 울고 있었고, 왼손등에는 뚜렷한 흉터 두 개가 있었다고 한다.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단서가 없어 출생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생년월일은 1982년 8월 15일로 정해졌다. 이름 역시 박씨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 지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박씨는 인천 해성보육원에서 생활하다 이듬해 6월 홀트아동복지회가 관리하는 위탁가정으로 인계됐다. 입양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위탁가정에 머물렀고, 1985년 11월 홀트를 통해 미국 오리건주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박씨는 "양부모님에게는 이미 두 아들이 있었지만 딸을 간절히 원하셨다고 한다"며 "당시 아버지가 우체국에서 일했는데, 직장 동료 중 한국에서 아이를 입양한 사람이 있었고 그 이야기가 부모님에게 큰 영향을 줬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미국으로 입양된 뒤 박씨는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랐다. 어린 시절 자신의 뿌리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성장하면서 자신의 유산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고 한다.

특히 박씨는 어린 시절부터 양부모가 보관해 온 '성장일지' 속 입양 서류를 반복해서 들여다봤다고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알려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단서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사회복지사가 박씨와 한 남자아이를 함께 입양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권고한 기록을 발견했다.

박씨는 "그 아이에 대한 생각이 마음을 떠난 적이 없어 가능한 모든 경로를 통해 끈질기게 그를 찾기 시작했다"며 "수년간 포기하지 않은 끝에 연락이 닿았는데 그 역시 같은 시기 미국 북서부 지역으로 입양됐고 내가 도착했던 공항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경험은 박씨가 가족 찾기에 나서게 된 하나의 계기가 됐다. 자신과 그 남자아이를 함께 기억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가족에 대한 단서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2010년과 2013년 두 차례 한국을 찾아 홀트아동복지회를 방문하고 입양 기록을 확인했다. 이후에도 홀트와 아동권리보장원 등에 수차례 친생가족 찾기를 요청했고, 2023년에는 한국 영사관을 방문해 정부 데이터베이스에 DNA 샘플을 등록했다.

박씨는 오랜 시간 친가족을 찾아왔지만, 그들이 마음속에 후회를 품고 살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그들이 걸어온 길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기에 어떤 원망이나 분노를 갖고 있지 않다"며 "삶은 복잡하고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현재는 우리가 여전히 함께 나눌 수 있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미국 오리건주에서 살며 초등학교 1학년 교사로 일하고 있다.
현지에서 고등학교 특수교사인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렸고 세 딸을 낳았다. 박씨는 오는 7월 가족 찾기를 위해 큰딸과 함께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그는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40년 동안 사라졌던 이야기의 조각들을 찾기 위해 한국에 간다"며 "당시 해성보육원이나 인천 현대시장에서 일했거나, 한 아이와 함께 남겨졌던 쪽지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발 나서서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