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미국 도주 부부사기단' 17년간 해외 불법체류 끝에 덜미 [사기꾼들]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1 09:00

수정 2026.05.11 09:00

의류업체 운영하며 금방 갚겠다고 속여
IMF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 어려움 커져
기존 채무도 갚지 못하는 상황
'돌려막기' 방식으로 가게 운영
법원 "피해자 고통 상당했을 것"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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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피고인은 아내와 함께 의류 매장을 운영하며 20여년 전인 지난 2004년경부터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려 급전 돌려막기를 하다가 2008년 살던 집과 가게를 처분한 뒤 피해자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도주하여 불법체류 했다. 지난 2025년 8월 지명수배 상태에서 입국해 검거될 때까지 무려 17년 이상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장원정 판사)이 지난 4월 23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67)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사건 판결문의 한 대목이다. A씨는 지난 2003년 22일부터 2008년 6월까지 피해자 총 9명으로부터 5억44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다른 피해자 2명을 속여 이들로부터 1억9700만원을 편취한 혐의도 있다.



판결문에는 A씨 부부의 범행 수법이 상세히 설명돼 있었다. 이들은 서울 도봉구에서 여성의류 소매업체를 운영하던 중 경제적인 어려움을 숨긴 채 "가계 수표를 막아야 하는데 돈을 빌려주면 매월 이자 2%를 지급하겠다"고 지인들에게 거짓말했다. "본사에 물품 대금을 입금했는데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 아버지 전세 보증금을 빼서 갚을 수 있다"고 속이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자 범행을 시도했다.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려 사업 자금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돈을 빌릴 사람을 연결해 주거나 차용증 등을 작성하기로 공모했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적자가 누적되자 급기야 사채를 빌려 채무를 갚거나 물품 대금을 결제하는 소위 '돌려막기'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기존 채무도 정상적으로 변제하지 못하는 상태였음에도 거짓말을 이어갔다.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알 수 없던 지인들은 의심 없이 돈을 건넸던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들의 경제적인 고통은 상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부부는 지난 2008년 4월 살던 집을, 같은 해 7월 가게 일체를 처분한 뒤 바로 그다음 날 피해자들에게 아무런 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태로 미국 버지니아주로 도주하며 불법체류 했다. 피해자 가운데 피해액이 1억원 이상인 피해자가 2명이나 됐다. 특히 당시 화폐 가치를 고려할 때 피해자들의 고통은 상당했으며 피해자 대부분이 피해를 회복하지 못했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재판부는 실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질책했다. 재판부는 "지금이라도 죄에 상응하는 죄책을 부담해야 한다"며 "피해자들 각각의 피해 금액도 결코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피해자 1명으로부터 용서받은 점, 이 사건 이전 별다른 유의미한 범죄 전력이나 동종 범죄 전력이 없었던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