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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의 길' 영문판 출간… 상업적 목적 없었기에 가능" [fn이사람]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0 18:54

수정 2026.05.10 19:06

김철 전 한양대 겸임교수
"비극 한명이라도 더 알아줬으면"
영어권 독자들도 보기 쉽게 번역
미국 서부 곳곳 떠돌며 얻은 지식
책뿐 아닌 블로그·유튜브로 공유

'인디언의 길' 영문판
'인디언의 길' 영문판

김철 전 한양대 겸임교수(76·사진)가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비극적 역사를 다룬 저서 '인디언의 길'(세창미디어 펴냄) 영문판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The Fall of the North American Indians'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영문판은 지난 2015~2016년 파이낸셜뉴스에 연재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펴낸 기존 저서를 영어권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새롭게 구성했다.

김철 전 한양대 겸임교수
김철 전 한양대 겸임교수

산업은행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금융인 출신인 김 전 교수는 미국 뉴욕지점 등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현지 원주민의 삶을 가까이서 접했다. 당시 경험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인디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백인 이주 과정에서 벌어진 비극을 탐구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이후 인디언 민속마을과 보호구역 등을 수차례 방문하고 추장 인터뷰와 현장 조사를 이어가며 관련 자료를 축적했다.



그의 연구는 은퇴 이후 더욱 깊어졌다. 미국 보스턴 체류 시절에는 인디언보호구역이 집중된 미 서부 지역을 돌며 현장탐방을 이어갔고, 이를 토대로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500년 수난사를 정리한 장문의 원고를 완성했다. 이는 지난 2015년 파이낸셜뉴스 연재와 저서 출간으로 이어졌다.

이번 영문판 작업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문적인 역사·문화 맥락을 영어로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AI 번역과 교정 기능을 적극 활용했다. 김 전 교수는 "과거에는 개인이 방대한 분량의 영문 작업을 진행하기 쉽지 않았지만 AI 덕분에 표현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 출간에만 그치지 않고 유튜브와 블로그를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도 직접 나섰다. 유튜브에는 책의 핵심 내용을 영상 콘텐츠로 재구성한 게시물 29건을 올렸고, 블로그에는 챕터별 내용을 나눠 총 28편의 글을 연속 게재했다. 일반 독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역사적 배경과 주요 사건을 시각자료와 함께 설명한 것이 특징이다.

김 전 교수는 "상업적 목적이었다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한국어 책도 널리 알리기 어려운 현실에서 영문판 출간은 수익보다는 공유의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뉴욕 근무 시절 직접 봤던 인디언들의 아픔을 단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세계인이 공감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미국의 진보 역사학자인 하워드 진 전 보스턴대 교수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워드 진은 자신의 대표 저서 '미국 민중사'를 온라인에 공개하며 지식공유운동을 실천한 인물이다.
김 전 교수는 "지식을 독점하기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려 했던 그의 철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나 역시 작은 기여라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앞으로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북미 원주민 사회가 겪은 상처를 꾸준히 소개할 계획이다.
그는 "서부영화 속 야만적인 이미지로 소비됐던 인디언들의 실제 삶과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문명 확장이라는 이름 아래 어떤 비극이 벌어졌는지 돌아보는 작업은 오늘날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