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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이 부른 안보지형 재편… 美 전략 무게추 인태로 옮기나 [밀리터리 월드]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0 19:03

수정 2026.05.10 19:03

美中 회담 앞두고 양측 패권 기싸움
美, 필리핀서 中 겨냥 합동 군사훈련
日 등 7개국 1만7천명 최대병력 투입
中도 항공모함 투입 등 무력시위 나서
다자 안보 체제로 새판 짜려는 미국
한국 등 동맹국 역할 확대 압박나서

지난 6일(현지 시간) 필리핀 북부 파오아이에서 열린 연례 다국적 연합 훈련 '발리카탄'(어깨를 나란히)에 참여한 일본 자위대가 88식 지대함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6일(현지 시간) 필리핀 북부 파오아이에서 열린 연례 다국적 연합 훈련 '발리카탄'(어깨를 나란히)에 참여한 일본 자위대가 88식 지대함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의 안보 창끝이 다시 동북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으로 향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선 작전 개시 이틀 만에 '프로젝트 프리덤'이 멈춰 섰다. 그 직후 발생한 이란의 미군 기지 공습은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중동을 넘어 국제 안보 지형 재편의 격랑을 예고해서다. 세계 최강 미국조차 다자 안보 체제로 실전 판을 짜는 냉혹한 안보의 현실 속에서 한국의 '세계 군사력 4강'이라는 수식어는 우리의 재래식 군사력에 자신감을 고취시킬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안보를 결정짓는 전략적 판단에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측면에선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현대전의 핵심 변수인 비대칭 전력과 핵 투사 능력을 배제한 GFP(글로벌 파이어파워) 등의 정량적 수치에 경도돼선 안 된다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동발 안보 파고가 동북아로 급격히 전이되는 결정적 전환기를 맞아 북한이 예고한 '드론 전면전'이라는 실체적 위협 앞에 선 우리의 응전 태세를 짚어본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026 대테러 전략'

지난 6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2026 대테러 전략'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향하는 '힘을 통한 평화'의 실체적 청사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2기 미 백악관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과 올해 1월 미 전쟁부가 이루 구체화해 발표한 '2026 국방전략서(NDS)'에 이어 이번 문건은 미 '국가 안보 아키텍처'를 완성하는 핵심 프로세스에 해당한다.

가장 큰 특징은 테러의 범주를 이슬람 극단주의를 넘어 중남미 마약 카르텔과 안티파 등 폭력적 좌익 극단주의자로 대폭 확장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의 안보 위협을 본토 방어 중심으로 재정의하고, 필요시 군사력을 직접 투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동맹국의 역할 변화다. 보고서는 "미국이 모든 전역에서 동시에 작전을 수행할 수는 없다"며 파트너 국가들의 '부담 분담 및 이전'을 명시했다. 특히 한국을 일본, 호주와 함께 아시아의 핵심 대테러 파트너로 최초 명시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향후 호르무즈 해협이나 홍해 등 주요 해상 교통로 보호에 있어 한국 해군의 역할 확대를 강요하는 압박 기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사이버 공격을 공식적인 대테러 수단으로 규정하며, 기술적 우위를 통한 압박과 동시에 동맹의 자강과 실질적 기여를 요구하는 트럼프식 실용주의 안보관의 투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미국의 직접 개입은 줄이되 동맹을 레버리지 삼아 중국·러시아·북한 등 위협의 본체에 집중하겠다는 '요새 미국' 구축의 서막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의 변화, 미·중 정상회담 앞둔 총력전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압박은 호르무즈 통제권 무력화를 겨냥한 '프로젝트 프리덤'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작전은 개시 이틀 만인 지난 5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의 대이란 강한 압박 지속 요구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진전'을 명분으로 중단을 선언하며 휴지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다 지난 8일과 9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미군 구축함 3척을 향해 기습적인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했다. 미 중부사령부도 즉각 이란 내 미사일 및 드론 발사 기지, 지휘 통제 시설 등을 공습했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휴전 상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등 해외 군사 전문 연구소는 지난 6일 베이징에서 열린 이란 외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무부장의 전격 회담 이후 직후 이란의 태도 변화를 중국의 '지정학적 안전 보장' 신호에 따른 계산된 도발로 분석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중동에 묶어두려는 중국의 '성동격서' 전략으로, IISS는 이를 중동을 레버리지로 삼은 중국발 패권 기싸움으로 진단했다.

■미·중 정상회담…인-태 사전 포석

다가오는 미·중 정상회담은 포스트 중동 이후 미국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중국을 정조준하기 전 벌이는 탐색전이 될 전망이다.

전초전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필리핀 전역에서 실시된 '발리카탄 2026' 훈련이었다. 미국과 일본·필리핀군을 주축으로 호주·프랑스·캐나다·뉴질랜드 등 7개국(외 총 17개국 참관) 1만7000여 명의 2차 대전 이후 최대급 병력과 전력을 투입해 사실상 중국을 정면 겨냥한 실전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루손섬 북부 대만 접경지에서 하이마스와 미국의 최신형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인 '타이폰(Typhon) 지대함 미사일을 동원한 '적 함정 격침' 및 '해안 상륙 저지' 실탄 사격을 성공시키며 역내 화력 투사 능력을 입증했다. 특히 일본 자위대가 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전투 병력을 파견해 주도적 작전 축을 형성한 것은, 남중국해의 안보 주도권이 재편되었음을 선언한 결정적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중국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항공모함 전단을 동원한 고강도 대응 훈련과 실사격 연습을 감행하며 배수진을 쳤다. 중국의 강경 대응은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중국은 중동에서 미국의 발을 묶는 동시에 태평양에서는 무력시위를 전개함으로써,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 안보 체제의 틈새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이 전면 충돌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인하는 동시에, 패권 장악을 위한 전략적 물밑 겨루기가 될 전망이다.

■한반도 ‘드론 전면전’ 가시화

현대전의 승패는 포성이 울리기 전 사이버·전자기 등 전 영역에서 결정되는 ‘킬웹(Kill Web)’ 시대로 돌입했다. 그 실전은 드론전 양상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등 해외 군사 전문 매체들은 최근 북한이 러시아 용병 파병 등의 대가로 확보한 약 30조 원 규모의 자본과 실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군 구조를 급속히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방 군단급에 '다목적 무인기 대대'를 신설한 것은 드론을 단순 정찰용이 아닌 군단급 핵심 타격 전력으로 전면 배치했음을 의미한다.
IISS는 북한 지역의 AI 위성 분석 결과, 북한은 이미 수개월 내 전군을 드론화할 수 있는 대량 생산 체계까지 갖출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우리 군의 안티 드론 체계 구축 노력이 북한의 변칙적인 진화 속도를 보다 압도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미 CSIS는 "한국군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적의 물량 공세에 대비한 실전적·실무적 대응책을 더욱 빠른 속도로 촘촘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