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권유절차 따라 11일 협상 시작
천문학적 투자 필요한 현실 인식을
삼성전자 노사가 정부의 사후조정 권유 절차에 따라 11일부터 이틀간 다시 협상을 벌인다. 지난 3월 협상이 중단된 이후 45일 만이다. 사후조정은 조정이 중지되면서 파업이 임박한 사업장에 노동위원회가 개입하는 절차를 말한다. 사후조정이 개시되면 조정위원들이 구체적인 분쟁사안에 대한 조정안을 새로 제시하고, 노사는 이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되면 개별 기업의 손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재앙에 해당하는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이다.
노조는 사후조정을 수용했으나 노조 간 내부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와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DX(스마트폰, 가전)부문 조합원들이 전사 공통재원을 확보해 성과급을 최대한 고르게 나눌 방안을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후조정의 노측 대표인 초기업노조가 이를 거부하면서 노노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초기업노조는 전체 조합원 7만여명 중 80%가 반도체 부문인 DS 부문 소속이다. 그렇다 보니 초기업노조는 그동안 DS 부문 성과급 요구에 집중해 왔다. 사후조정에서도 초기업노조가 DS 중심 노선을 고집하자 내분이 격화된 것이다. 이미 3대 노조인 삼성노조 동행은 노조 공동투쟁본부 참여를 철회한 상태다. 2대 노조인 전삼노도 비슷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 전삼노는 최근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자신들을 교섭에서 배제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줄 것과 성과급 상한 폐지 제도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한 것이나,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노동자 간 극한 싸움은 사실상 초유의 장면이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글로벌 위상은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확보한 것이 아니다. 국가적 지원과 전 국민적 관심이 원동력이 되어 현재의 위치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초유의 이익은 근로자들에게 적정 수준으로 보상해 주고 미래를 위해 더 많이 재투자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공평하다. 반도체산업은 앞으로 인공지능(AI) 대격변기와 맞물려 천문학적인 금액의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 규모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대통령과 정부가 이례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나만 살자는 게 아니라 노동자 모두가, 국민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연대의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늘날 삼성전자가 있기까지 수많은 협력사와 지역 주민들의 협조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다 맞는 말이다. 오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기업과 국가의 미래에는 관심조차 없는 노조에 대한 국민의 시선도 곱지 않다. 노조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대승적인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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