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크루즈발 '한타바이러스' 공포..우리나라는 안전한가

변옥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0 20:42

수정 2026.05.10 20:42

이진영 온병원 과장 "야외활동 잦은 시기 쥐 배설물 접촉 주의해야"

환자를 문진하고 있는 이진영 온병원 감염내과 과장. 온병원 제공
환자를 문진하고 있는 이진영 온병원 감염내과 과장. 온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최근 대서양을 항해하던 크루즈선에서 '안데스 바이러스'(한타바이러스의 일종) 감염으로 인한 집단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전 세계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이번 남미형 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파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감염병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 온병원 감염내과 이진영 과장(전 고신대복음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10일 "국내에서 주로 발생하는 한탄 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파 사례가 거의 없으므로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지만 치명률이 낮지 않은 만큼 예방 수칙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타바이러스는 1976년 이호왕 박사가 한탄강 인근 등줄쥐에서 세계 최초로 규명한 바이러스다. 국내에서는 이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을 '신증후군출혈열'이라 부른다.



이진영 과장은 "한타바이러스는 쥐의 소변, 대변, 타액 등이 건조되어 먼지와 함께 공중에 떠다니다가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며, "주로 농작업이나 야외 훈련이 많은 농민, 군인들에게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캠핑이나 등산 등 레저 활동을 즐기는 일반인 환자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타바이러스 감염증은 약 2~3주의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고열, 오한, 두통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여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질환이 진행됨에 따라 전형적인 5단계 경과를 밟게 된다.

먼저 갑작스러운 고열과 안면홍조가 나타나는 '발열기'를 지나, 열이 내리면서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저혈압기'가 찾아온다. 이어 소변량이 급격히 줄어들며 신장 기능이 마비되는 '핍뇨기'에 접어드는데, 이 시기는 출혈 경향이 심해지고 사망률이 가장 높아 가장 위험한 고비로 꼽힌다. 이후 소변량이 하루 수 리터 이상 급증하는 '이뇨기'를 거쳐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건강을 회복하는 '회복기'로 이어진다.

현재 한타바이러스를 직접 사멸시키는 특효 항바이러스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환자의 상태에 따라 혈압을 유지하고 신장 기능을 보조하는 대증요법이 치료의 핵심이다.

이 과장은 "증상이 심할 경우 일시적으로 혈액 투석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회복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예방법으로는 예방접종이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한타바이러스 백신인 '한타박스'를 보유하고 있다. 군인이나 농부 등 고위험군은 한 달 간격으로 2회 접종 후, 1년 뒤 추가 접종을 완료하여 면역력을 형성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 과장은 가을철 뿐 아니라 야외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는 반드시 예방 수칙을 지킬 것을 당부했다.
풀밭 위에 직접 눕거나 옷을 벗어두지 말고 반드시 돗자리를 사용해야 하며, 야외활동 후에는 즉시 샤워를 하고 의복을 세탁해야 한다. 쥐 배설물이 있을 법한 창고나 산 근처에서 작업할 때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적이다.


이 과장은 "야외 활동 후 이유 없는 고열이나 근육통이 나타나면 즉시 감염내과가 있는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며 "특히 진료 시 최근 야외 활동 여부를 의료진에게 상세히 알리는 것이 조기 진단과 치료의 관건"이라고 거듭 당부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