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욱 딜로이트안진 경영자문부문 대표 내정자 "M&A 시장, 거래 감소 국면"
다음달 1일 취임하는 남상욱 딜로이트 안진 경영자문 부문 대표는 12일 인터뷰에서 "지금 시장은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의 흐름, 즉 투자에 훨씬 신중해진 시장"이라며 "유동성 자체는 존재하지만 과거처럼 공격적으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시장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으로 '밸류에이션 갭'을 지목했다.
특히 사모펀드 시장에서는 회수 지연이 거래 위축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19~2021년 투자 자산의 엑시트 시점이 도래했지만 기대 가격에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이는 다시 재무적투자자(LP) 출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남 대표는 "투자 자산이 팔려야 LP 자금이 회수되고 다시 신규 투자로 이어지는데, 현재는 이 사이클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며 "결국 회수 지연이 투자 위축과 거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M&A 시장이 프로젝트펀드 중심으로 발달한 점도 현재 시장 구조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봤다. 해외는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투자펀드를 조성 후 투자 대상을 모색, 투자하는 방식의 '블라인드펀드' 중심이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대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자산 매각이 본격화됐고, 이 과정에서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국내 기업을 저가에 대거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06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을 개정해 사모펀드 조항을 신설, 국내 자본으로 자국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국내 운용사들이 빠르게 늘어났지만,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할 만한 대형 운용사나 대규모 자금을 맡길 LP 기반은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남 대표는 "국내 M&A 시장은 글로벌 스탠다드와 달리 프로젝트펀드 중심으로 발달했고, 이 구조는 시장이 좋을 때는 빠르게 성장하는 강점이 있지만 시장이 꺾이면 그만큼 빠르게 위축된다는 취약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트렌드로 사모펀드(PE) 간 세컨더리 딜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략적 투자자의 매수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기존 투자자산을 다른 PE에 넘기는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가격 조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거래 활성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구조조정성 투자 기회는 대기업보다 중견기업에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도 내놨다. 대기업은 자산 매각이나 계열 지원 등을 통해 버틸 여력이 있는 반면, 중견기업은 재무적 완충력이 낮아 경기 둔화의 영향을 더 빠르게 받을 수 있어서다.
남 대표는 "결국 시장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변수는 가격"이라며 "매도자와 매수자의 눈높이가 맞아야 거래가 활발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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