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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잃은 채 발견" 전자담배 피운 딸, 눈 주위 멍도 [헬스톡]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2 05:00

수정 2026.05.12 09:35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영국에서 13세 쌍둥이 자매가 공원에서 건네받은 전자담배를 피운 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진 사연이 전해졌다. 가족은 전자담배에 MDMA와 이른바 '스파이스'로 불리는 합성대마 성분이 섞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영국 매체 더선은 11일(현지시간) 잉글랜드 이스트요크셔 헐에 사는 케이 포레스(37)의 사연을 보도했다. 포레스는 지난 4월 근무 중 여동생에게서 "두 딸이 동네 공원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전자담배 피운 뒤 10분 만에 쓰러져

보도에 따르면 쌍둥이 스칼렛과 올리비아 바이우드(13)는 공원에서 아는 또래들과 만났고, 이들로부터 일반 전자담배로 보이는 것을 건네받았다.

포레스는 딸들이 전자담배를 피운 지 약 10분 뒤 의식을 잃었고, 스칼렛은 입에 거품을 문 상태였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또래들은 현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이웃 주민이 쓰러진 자매를 발견해 구급차를 불렀고, 두 사람은 헐 로열 인퍼머리 병원으로 이송됐다. 포레스는 병원에 도착했을 때 두 딸이 수액을 맞은 채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고 했다.

병원서 6시간 뒤 깨어나

자매가 의식을 되찾기까지는 약 6시간이 걸렸다. 포레스는 "아이들이 과다복용했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한 아이는 머리를 다쳤고, 다른 아이는 눈 주위에 멍이 들었다"고 말했다.

혈액검사 뒤 가족은 전자담배에 MDMA와 스파이스가 섞였다는 말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MDMA는 엑스터시로도 알려진 합성 마약류다. 스파이스는 대마초와 비슷한 작용을 내도록 만든 합성 칸나비노이드 계열 약물로, 제품에 따라 성분과 강도가 달라 위험성이 크다.

포레스는 "아이들은 그 전자담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며 "누군가 발견하지 않았다면 죽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쌍둥이는 다음 날 퇴원했지만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의 전자담배 절대 만지지 말라"

포레스는 다른 부모와 청소년에게 경고하기 위해 딸들의 일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이 다시 전자담배를 피우지는 않을 것 같다"며 "다른 아이들도 남의 전자담배를 절대 만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국 배스대 연구진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잉글랜드 중등학교에서 압수된 전자담배 일부에서 스파이스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압수품 약 1900개를 분석했고, 지역에 따라 최대 4개 중 1개꼴로 스파이스가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도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은 주의가 필요한 문제로 다뤄진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액상형 전자담배가 니코틴 액상을 가열해 에어로졸 형태로 흡입하는 담배 제품이라고 설명한다.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인식이 있지만, 니코틴이 들어간 제품은 중독을 일으킬 수 있고 청소년의 뇌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청소년 사이에서는 향이나 디자인 때문에 전자담배를 가볍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과일향이나 디저트향이 나는 제품은 담배라는 인식을 흐릴 수 있고, 일회용 전자담배는 휴대가 쉬워 주변 사람에게서 건네받는 일도 생길 수 있다. 문제는 겉모양만 보고 안에 어떤 액상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은 국내외에서 대마초 등 불법 약물을 전자담배 기구로 흡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안내한다. 다른 사람이 건넨 전자담배나 출처가 불분명한 액상은 니코틴 제품인지, 불법 약물이 섞였는지 알기 어렵다.


전자담배를 피운 뒤 갑자기 창백해지거나 의식이 흐려지고, 구토·경련·호흡곤란 등이 나타나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