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SK하이닉스(000660)의 반도체 생산라인이 처음으로 공개돼 이목이 쏠린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 필수품이 된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둘러볼 수 있다.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은 지난 11일 방송한 '처음 만난 세계 - 이천 SK하이닉스 72시간' 편을 통해 먼지 한 톨까지 관리하는 초정밀 공정과 이를 24시간 지키는 사람들의 시간을 조명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에 매출 52조 5763억 원, 영업이익 37조 6103억 원을 기록, 역대 최고 성적표를 내놨다.
방송일 SK하이닉스 주가는 188만원으로 거래를 마쳤고, 시가총액은 약 1340조원에 달했다. 다만 방송은 이 같은 숫자보다 반도체가 실제로 만들어지는 초정밀 현장과 이를 지키는 구성원들의 일상에 초점을 맞췄다.
제작진은 하루 3만명이 오가는 이천캠퍼스와 방진복을 입고 근무하는 팹(Fab) 내부를 밀착 취재했다. 팹은 수많은 장비와 로봇이 움직이는 초정밀 제조 공간이다.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클린룸에서는 오버헤드 호이스트 트랜스포트(OHT)가 천장 레일을 따라 움직이며 전방개구식 토압 포드(FOUP)에 담긴 웨이퍼를 24시간 실어 날랐다. FOUP 하나에는 웨이퍼 25장이 담기며, 현장에서는 웨이퍼 한 장을 고가의 자동차 한 대에 비유할 정도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생산 자동화에도 24시간 라인 지켜…만일의 사태 대비
반도체 생산라인은 자동화돼 있지만 장비 유지보수와 이상 대응은 결국 사람의 몫이었다. 장비 하나가 멈추면 생산 차질과 품질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어 구성원들은 교대근무를 이어가며 공정을 지켰다.
반도체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4개월이다. 수백 개에 이르는 공정과 계측, 검증이 반복된다. 한 구성원은 반도체 내부 구조를 두고 "세계 최고층 건물보다 훨씬 더 높고 정교한 건물을 반도체 안에 만드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방송은 최첨단 산업을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손길'도 비췄다. 클린룸 내부에서는 먼지 한 톨조차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청소 담당 구성원들이 하루 1만5000보 가까이 걸으며 특수 도구로 장비 주변과 이동 동선을 관리했다. 생산 효율을 0.1%라도 끌어올리기 위한 병목 개선 논의도 이어졌다. 현장 구성원들은 이를 '이삭줍기' 같은 노력이라고 표현했다.
후공정 팹에서는 패키징을 마친 제품에 일부러 강한 열과 전기를 가해 잠재 불량을 찾아내는 테스트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한 테스트 엔지니어는 자신들의 역할을 '반도체 의사'라고 설명했다. 백여 가지 검증을 통과해야만 제품이 출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은 HBM 분석 현장을 통해 초미세 기술의 세계를 보여줬다. 분석실에서는 HBM을 한 꺼풀씩 갈아내며 층별 구조를 확인했고, 연구원들은 사람 키보다 큰 현미경 장비로 소자를 수천만 배 확대해 설계와 실제 구현 상태를 비교했다. 구성원들은 또렷하게 구현된 단면을 보고 "예쁘다"고 입을 모았다.
'HBM 신화' 뒤엔 인고의 시간…'원팀' 없었다면 실패
방송은 SK하이닉스의 현재 성과가 단순히 특정 제품의 기술 경쟁력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도 짚었다. 반도체 업황 침체기에도 HBM 기술 개발과 양산 준비를 이어온 시간, 실패를 감수하고 먼저 시도했던 조직 문화가 오늘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한 구성원은 "실패하더라도 우선 해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화려한 성과 뒤에 가려진 긴 시간의 버팀도 조명됐다. 무급휴직과 전력 절감 시기를 견뎌낸 구성원들, 30년 가까이 새벽 사내 식당에서 하루를 시작한 시니어 엔지니어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HBM 초기 개발에 참여했던 한 최고참 엔지니어는 "확신하는 삶이 어디 있겠느냐"며 "하지만 희망은 놓지 않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방송은 AI 반도체 경쟁력이 거대한 팹과 첨단 장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도 보여줬다. 먼지 한 톨을 줄이기 위한 손길과 장비 하나를 살피는 집중력, 불량 하나를 찾아내는 집요함, 실패를 감수하는 도전, 서로를 믿고 이어가는 원팀 문화가 오늘의 HBM 경쟁력을 만들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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