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중동의 긴장이 끝나지 않으면서 세계 휘발유와 항공유 재고가 위험한 수준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들은 다음달에 재고 위기가 올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내놨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의 최고경영자(CEO) 아민 나세르가 "지상 재고의 고갈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며 "특히 휘발유와 항공유 등 정제 연료의 감소세가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나세르 CEO에 따르면 이란 전쟁 발발과 호르무즈 해협 폐쇄 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누적 10억배럴의 석유 공급이 차질을 빚었다. 해협 봉쇄가 지속되는 한 매주 1억배럴의 공급이 추가로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나세르는 재고가 현재 유일한 완충 역할을 하고 있으나 이것도 고갈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가는 10주간 상승하면서 지난달에는 배럴당 126달러까지 치솟았다가 미 행정부의 분쟁 해결 의지에 따라 100달러 선으로 후퇴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12일 7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104.51달러로 0.30% 상승했으며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도 98.40달러로 0.31% 올랐다.
이날 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내놓은 종전 제안을 거부하면서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조짐에 상승했다.
지난 2월28일 시작된 이란 전쟁 이후 브렌트유와 WTI 가격은 40% 올랐다.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수요 감축에 들어갔으며 서구권은 상업 및 전략 비축유에 의존해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나세르 CEO는 에너지 트레이더들이 현재 남아있는 재고량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비축된 석유 중 실제 즉시 사용 가능한 물량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송유관을 채우는 용도나 탱크 하부의 최소 수위 유지 등 일상적인 운영을 위해 묶여 있는 물량"이라고 말했다.
또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 비축유 방출을 조율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이 합쳐서 일일 최대 200만배럴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나세르는 지적했다.
나세르는 향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홍해 얀부 항구의 수출 용량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급 중단이 몇 주만 더 지속되어도 시장이 균형을 되찾는 데는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6월 중순까지 해협이 재개방되지 않을 경우 시장 불안정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권에서는 석유 시장 악화와 개선 가능성을 모두 내놓고 있다.
투자은행 JP모건도 보고서에서 선진국의 상업 석유 재고가 6월초면 스트레스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더 이상 비축유로 중동발 공급 부족분을 메울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JP모건의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 나타샤 카네바는 "다음 쇼크는 전통적인 원유 가격 폭등보다는 정제 연료 및 최종 소비자용 연료 위기의 형태를 띨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네바는 이같은 상황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이어지게 압박할 가능성이 있으며 6월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결국 재개방될 것이라는 예측 또한 내놨다.
하지만 결렬될 경우 정제유 가격 급등과 이에 따른 글로벌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촉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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