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산업 상용화 속도 다소 지연
탄소중립 향한 여정의 일시적 캐즘
수소시대 이행은 시간문제
한때 액화천연가스(LNG)는 '위험한 연료'로 불렸다. 영하 162℃의 초저온 상태를 견디지 못한 저장탱크 폭발 사고로 대형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면서 상업화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그러나 지금 LNG는 글로벌 에너지 안보와 친환경 전환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13일 'LNG를 보면 수소가 보인다' 보고서에서 현재 수소 산업이 과거 LNG 산업의 초기 단계와 매우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기술적 난제와 막대한 초기 투자, 사회적 불신까지 LNG가 겪었던 시행착오가 수소 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교과서라는 것이다.
실제 LNG 산업의 전환점은 소재 혁신이었다. 1944년 미국 클리블랜드에서는 LNG 저장탱크가 극저온을 견디지 못해 폭발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용된 3.5% 니켈강이 영하 환경에서 취성을 일으키며 붕괴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후 업계는 극저온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하는 9% 니켈강과 알루미늄 합금을 개발했고, 이는 현재 LNG 저장탱크의 글로벌 표준이 됐다. 동시에 이중 방호벽과 공정안전관리(PSM) 체계도 정착됐다.
박 위원은 수소 산업 역시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고 봤다. 액화수소는 영하 253℃ 환경이 필요하고, 금속 내부 균열을 유발하는 '수소 취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철강·소재 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이망간강과 내취성 특수 합금, 고압 수소 배관 기술 등이 미래 수소 경제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송 기술 역시 LNG 성공의 핵심이었다. 1959년 LNG 운반선 '메탄 파이오니어'호가 대서양 횡단에 성공하면서 천연가스의 글로벌 해상 운송 시대가 열렸다. 이후 LNG선 시장에서는 모스형과 멤브레인형 기술 경쟁이 벌어졌고, 공간 효율성이 높은 멤브레인 방식이 시장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LNG 표준화가 조선과 철강의 협력으로 완성됐듯 '수소 전용 특수강 개발 -수소 운반선건조 - 글로벌 수소 터미널 운영'을 잇는 연관 기업간 표준 연합체 구축도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금융 구조 역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LNG 산업은 'Take-or-Pay' 장기 계약을 통해 구매자가 최소 물량 대금을 보장하도록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활성화됐다. 정부 보증과 장기 구매 계약도 시장 신뢰를 높였다. 수소 산업 역시 초기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차액결제계약(CfD), 정책 금융, 세제 지원 등 리스크 분산 장치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박 위원은 "LNG 상용화의 마지막 관문은 기술이나 자본이 아닌 사회적 수용성이었다"며 "LNG는 오일쇼크와 환경 규제를 계기로 "청정 에너지"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며 시장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수소 역시 단순 연료가 아니라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전략 자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수소 산업은 글로벌 친환경 투자 속도 조절과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등으로 애초 기대 대비 상용화 속도가 다소 지연되고 있으나 이는 탄소 중립을 향한 여정의 일시적 캐즘(Chasm)"이라며 "지금은 본격적인 수소 상용화를 대비한 역량 빌드업의 최적기이며, 향후 시장 만개 시점에 대비한 전략적 카드와 교두보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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