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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視角] ‘반값 전기차’ 모델 성공할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2 18:11

수정 2026.05.12 18:34

조창원 논설위원
조창원 논설위원
평범한 월급쟁이가 소유한 최대 자산은 집이다. 그다음 덩치 큰 자산은 자동차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정부가 내놓은 공급 카드는 바로 '토지임대부 아파트'이다. 토지는 공공이 갖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일명 '반값 아파트'의 등장이다.

초기 구매가격이 높은 전기차도 판매 활성화를 위해 유사 정책이 도입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가 규제 혁파의 일환으로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소비자가 차체만 구매하고 배터리는 리스사에 월 사용료를 내고 빌려 쓰는 식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전체 차량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부품이니까 사실상 '반값 전기차'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두 모델의 공통점은 '완전 소유' 대신 '부분 소유+사용권'이라는 구조다. 이렇게 가격 문턱을 낮춘 전기차 구독 모델은 성공할 수 있을까.

반값 아파트는 기대만큼 팔리지 않았다. 부동산에 대한 우리나라 정서상 '내 땅이 아니다'라는 심리적 저항이 크기 때문이다. 배터리 구독 모델에 가장 큰 심리적 저항도 아이러니하게 가격이다. 중국의 니오(NIO)는 '배터리 구독 서비스(BaaS·Battery as a Service)' 사업 모델을 안착시켰다. 전국에 촘촘하게 깔린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이 핵심 경쟁력이다. 충전 대신 방전된 배터리를 통째로 갈아 끼우는 방식이다. 사업이 날로 확장되고 있으나 속단하기 이르다. 초기 구매가는 낮지만 장기간 차를 보유할 때 누적 구독료가 배터리 원가를 넘어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배터리 인프라와 기술의 발전도 큰 변수다. 르노는 조에(Zoe) 등 전기차 모델에 배터리 임대 서비스를 운영하다가 결국 '배터리 포함 구매' 방식으로 돌아섰다. 실제 운행을 해보니 배터리 수명이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길다는 사실이 입증되자 굳이 빌려서 쓸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선 것이다.

구독 서비스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점도 소비자의 거부감을 키운다. 기존 자동차는 플랫폼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배터리와 같은 하드웨어의 총합을 넘어 소프트웨어중심차로 전환될수록 구독 모델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제조사는 과거 차 한대를 팔고 끝나는 일회성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구독 서비스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할 태세다. 배터리는 이런 구독 서비스의 신호탄일 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 한 대를 사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요금 고지서를 떠안는 셈이다.

가격과 기술 변수를 뛰어넘는 최대 저항선은 결국 소비자 심리에 있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가 '남의 것'이라고 느끼는 순간, 차 자체에 거부감을 낳는다. 이를 '심리적 소유권(Psychological Ownership)'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상이나 물건을 확실히 통제하고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소유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 배터리가 리스사 소유라는 사실에 얽매이는 순간, 소비자는 차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고 느낀다. 심리적 소유권을 내려놓게 만들려면, 그 빈자리를 채울 확실한 보상을 먼저 내밀어야 한다.

저가 마케팅은 초기 시장 진입에 유리한 전략이다. 그러나 가격 문턱이 낮아진다고 고객이 저절로 찾아올 거란 기대는 착각이다. 소비자들이 똑똑해졌기 때문이다. 토지임대부 아파트가 그 증거다. 가격을 절반으로 내렸지만 소유권 절반을 포기한 자리에 거주의 만족감을 충분히 채워줘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몇 년 뒤 구독료를 합산해 보니 배보다 배꼽이 크다면 소비자의 배신감만 키울 것이다.
차와 배터리 소유가 분리돼 중고차 가치가 불리하다면 선뜻 지갑을 열겠는가. 가격의 함정을 없애고 소유의 공백을 채운 뒤에도 "이 가격에 이만큼 누린다"라는 효능감을 심어줘야 비로소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다.

jjack3@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