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보 대위변제금 1702억
연체금액 4년새 120% 이상 급증
사업자 등록만 하거나 해외 잠적
환수미납 22곳에 32억 추가지급도
청년 창업을 돕겠다며 쏟아부은 혈세가 실체 없는 '유령법인'으로 새어나가고 있다. 기술보증기금(기보)이 부실 청년기업 대신 갚아준 돈만 작년 한 해 1700억원을 넘어섰지만, 외국인 명의를 빌린 '치고 빠지기식' 부정수급과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비상주 법인들을 막을 체계적 감시망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12일 파이낸셜뉴스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요청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기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보가 청년 창업자 대신 금융기관에 갚아준 청년창업보증 대위변제금은 2021년 617억원에서 지난해 1702억원으로 4년 새 176%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증사고 건수는 680건에서 1224건으로 80% 늘었으며, 연체금액은 796억원에서 1758억원으로 120% 이상 급증했다.
청년창업 보증은 일반 사업과 달리 창업 초기 자금조달이 어려운 청년들을 돕기 위해 담보력이나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아이디어만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심사의 문턱을 대폭 낮춘 제도다.
하지만 이 같은 '포용적 심사'의 허점을 노린 기획형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비상주 공유오피스에 법인 주소지만 등록한 뒤 실제 영업은 하지 않거나, 실사 시기에만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처럼 꾸며 지원 심사를 통과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유학생 등 바지사장을 내세워 수십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한 뒤 허위 기술서와 재무제표까지 만들어 청년창업보증 대출을 받는 수법도 있다. 이들은 돈이 나오자마자 해외 계좌로 송금하고 법인을 폐업하거나 잠적한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도 개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외국 국적 대표들이 한 공유오피스 주소지에 많게는 수십개의 법인을 등록하거나 중국인 명의 법인이 창업 지원과 보증·대출을 받은 뒤 사라지는 경우가 다수"라고 전했다.
반면 당국의 조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기보는 사업장이 존재하지 않거나 연락두절 같은 의도적 부정수급 의심 건을 별도 항목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가장 먼저 파악되는 '연체'나 '폐업' 등의 단순사유로만 등록해 관리할 뿐이다. 부정수급 규모별로도 집계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나랏돈이 어디서 얼마나 새는지 체계적인 추적조차 불가능한 구조다.
기회비용 상실도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령법인에 대한 형식적인 서류 검증과 현장 점검이 반복되면서 정작 도움이 절실한 청년 창업가들이 심사 순위에서 밀려나거나 지원 기회를 박탈당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비판이다.
창업정책의 총괄부처인 중기부의 사후관리 부실 문제도 거론된다. 부정행위로 적발되더라도 제재는 대부분 경고 수준에 그친다. 환수금을 미납한 기업 22곳에 정부 지원금 32억5000만원이 추가 지급된 사례도 확인됐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보증기관과 세무당국 간 협력·감독 체계를 강화하고 외국인 부정수급 실태를 파악해 세금이 새어나가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기부와 기보는 의무 현장실사를 통해 유령법인 보증을 차단하고 있으며, 동일 주소지 다수 법인 등록도 사전 필터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위변제금 규모가 큰 것은 경기 악화와 고금리 영향도 있다고 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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