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싱가포르의 30대 남성이 여성 지인의 얼굴을 이용해 인공지능(AI) 합성 나체 이미지를 만든 뒤, 피해자의 사무실 책상 밑에 몰래카메라까지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휴대전화를 연결하고 보조배터리까지 둔 것으로 조사됐으며, 법정에서 관련 혐의를 인정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싱가포르 매체 CNA를 인용해 싱가포르인 데스먼드 한 지안총(31)이 전날 법원에서 관음 목적 장비 설치와 피해자의 품위를 모욕한 혐의 1건씩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혐의 3건은 선고 때 함께 고려될 예정이다.
AI 합성 이미지 보낸 뒤 괴롭힘
현지 법원에 따르면 한씨와 피해자는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한씨는 2024년 8월 텔레그램으로 피해자 얼굴과 닮은 여성이 상의를 벗은 사진을 보냈다. 조사 결과 그는 피해자 사진을 이용해 AI로 이미지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가 항의하자 한씨는 자신의 전화번호가 연결된 계정은 맞지만 해킹을 당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후 피해자는 한씨가 자신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삭제한 뒤 다시 친구 요청을 보낸 사실도 알게 됐다. 2025년 1월에는 피해자의 뒷모습 사진과 음란한 문구를 텔레그램으로 보냈다. 피해자는 자신도 모르게 사진이 찍혔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꼈고, 같은 날 경찰에 신고했다.
책상 밑에 카메라 3대 설치
AI 합성 이미지와 몰래 촬영 시도가 이어지면서 범행은 더 대담해졌다. 한씨는 피해자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출입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직접 촬영 장비를 설치하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씨는 지난해 1월 온라인으로 소형 카메라를 주문했다. 카메라를 받은 뒤에는 출입이 가능했던 피해자의 사무실 책상 밑에 카메라 3대를 붙였다. 검찰은 그가 피해자의 치마 속을 촬영할 수 있도록 카메라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카메라를 전원에 연결하고 양면테이프로 책상 아래에 고정했다. 또 근처 사물함에 휴대전화를 둬 카메라 영상이 인터넷으로 전송되도록 했고, 배터리가 오래가도록 보조배터리도 연결했다.
CNA에 따르면 한씨는 2025년 1월 23일부터 2월 7일까지 두세 차례 피해자의 책상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보통 오전 7시께 장비를 설치해 들킬 가능성을 줄이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창문 사이로 손 넣어 실내 촬영
피해자는 지난해 2월 7일 책상 아래 박스 위에 놓인 소형 카메라를 발견했다. 그는 렌즈를 가린 뒤 카메라를 보관했고, 관리자에게 알린 뒤 경찰에 신고했다.
같은 날 한씨는 피해자가 모르는 사이 피해자의 집에도 찾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오전 8시40분께 피해자의 집에 도착했고, 집 안에 아무도 없자 열린 창문 사이로 손을 넣어 실내를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사무실 책상에서 카메라 3대가 발견됐고, 한씨가 피해자의 집을 찾아간 사실도 알렸다. 피해자는 한씨가 같은 일을 반복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씨는 오는 26일 양형 의견 진술과 선고 절차를 위해 다시 법정에 선다. 싱가포르에서 관음 목적 장비 설치 혐의는 최대 징역 2년과 벌금, 태형 등 처벌을 함께 받을 수 있다. 피해자의 품위를 모욕한 혐의는 최대 징역 1년 또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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