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의 반도체 종목들이 12일(현지시간) 폭락했다.
인공지능(AI) 기대감 속에 끓어오르던 반도체 '불장'에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라는 얼음 물이 끼얹어졌다.
이날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8% 급등해 2023년 5월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노동부 발표가 반도체 폭락세로 이어졌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각종 원료 수급 차질이 결국 인플레이션을 가파르게 끌어올린 것으로 확인되자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에 나섰다.
퀄컴은 전장 대비 27.22달러(11.46%) 폭락한 210.31달러로 마감했고, 인텔은 8.83달러(6.82%) 급락한 120.61달러로 장을 마쳤다.
메모리 대표 주자 마이크론은 28.75달러(3.61%) 하락한 766.58달러로 마감했다.
인텔과 마이크론은 장 초반 각각 낙폭이 11%를 웃돌았으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좁히는 데 성공했다.
샌디스크 역시 10%대 낙폭을 좁혀 95.54달러(6.17%) 급락한 1452.02달러로 마감했다.
대장주 엔비디아는 초반 약세를 딛고 반등에 성공해 1.34달러(0.61%) 오른 220.78달러로 올라서며 이틀 내리 사상 최고 주가 기록을 경신했다.
AMD는 10.50달러(2.29%) 내린 448.29달러, 브로드컴은 9.13달러(2.13%) 하락한 419.30달러로 장을 마쳤다.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SOXX) 역시 후반에 낙폭을 좁혀 결국 16.77달러(3.15%) 하락한 515.99달러로 마감했다.
올 들어 AI 흐름이 훈련에서 실제 작업을 진행하는 추론 단계로 이동하면서 반도체 무게 중심도 GPU(그래픽처리장치)에서 CPU(중앙처리장치)와 메모리로 이동해 인텔과 마이크론이 상승 흐름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거치면서 차익실현 기회를 노리던 투자자들이 CPI 발표를 계기로 매물을 쏟아낸 것으로 보인다.
CNBC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1년 430%, 올 들어서만 218% 주가가 폭등했다. 이 때문에 주가는 심각하게 고평가됐다.
1년 뒤 예상 주당순이익(EPS)을 기준으로 한 선행 주가수익배율(PER)이 114배가 넘는다. 시장 흐름을 가장 잘 나타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선행 PER은 대략 21배 수준이다.
다만 헤지펀드 매니저 댄 나일스는 엔비디아가 AI 초기 수년 동안 폭등한 것처럼 인텔도 이제 도약할 일만 남았다며 지금의 주가 급등은 그저 시작일 뿐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한편 마이크론은 주가가 지난 1년 702%, 올 들어서는 160% 폭등했지만 선행 PER은 7.97배로 시장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다.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이어서 미래 이익 성장 속도가 주가 상승 속도보다 훨씬 가파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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