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자녀 사칭 'AI 페이스타임' 범죄 발생
국내서도 금감원 '자녀 납치 빙자' 주의보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해 자녀의 목소리와 얼굴을 똑같이 모방한 '영상통화 보이스피싱' 범죄가 등장해 전 세계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3일 피플지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거주하는 여성 에리카 앤더슨은 최근 17세 딸의 전화번호로 걸려 온 페이스타임(영상통화)을 받았다가 끔찍한 경험을 했다.
딸은 "엄마, 나 너무 아파요. 집 문 좀 열어주세요"라며 다급하게 호소했다.
평소 딸의 등하교를 직접 챙기던 앤더슨은 딸이 학교에 있을 시간에 집 문을 열어달라고 전화한 것을 수상하게 여겼고, 즉시 자택의 보안 카메라(CCTV)를 확인했지만, 현관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상대가 실제 딸인지 확인하기 위해 앤더슨은 "어젯밤 저녁에 뭘 먹었니?"라며 가족만 알 수 있는 질문을 던지자 화면 속 상대방은 "왜 이상한 질문을 하느냐. 그냥 문이나 열어달라"며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심이 확신으로 바뀐 앤더슨이 전화를 끊고 통화 목록을 확인하자 해당 기록은 아예 사라지고 없었다.
이후 학교에 연락해 확인한 결과, 딸은 정상적으로 수업을 듣고 있었으며 엄마에게 전화를 건 사실조차 없었다.
앤더슨은 "분명 딸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면서도, 목소리와 모든 것이 내 딸과 너무 똑같아 소름이 끼쳤다"고 당시의 충격을 토로했다. 이 사건 이후 앤더슨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으며, 가족 간에만 통용되는 '비상 암호'를 만들고 카메라 2대를 추가 설치하는 등 자택의 보안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다.
그녀가 지난달 15일 틱톡(TikTok)을 통해 공유한 이 피해 경험담은 게시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조회수 2000만 회를 돌파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누리꾼들은 "AI 페이스타임 범죄가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이스피싱이 영상 통화의 영역까지 침범했다"며 우려를 쏟아냈고, 일부는 비슷한 AI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국내도 'AI 목소리 피싱' 비상…"당황하지 말고 직접 확인해야"
이러한 고도화된 AI 피싱 범죄는 비단 해외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AI로 조작한 자녀의 목소리를 이용한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미성년 자녀와 학부모의 이름,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악용한 '자녀 납치 빙자' 보이스피싱에 대해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사기범들은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자녀의 이름과 소속 학원명 등 구체적인 정보를 언급하며 신뢰를 얻은 뒤, AI로 정교하게 조작한 자녀의 울음소리를 들려주며 공포심을 자극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이후 부모가 당황한 틈을 타 자녀를 납치했다고 속여 금전을 요구하는 식이다.
전문가들과 금융 당국은 "자녀의 울음소리와 함께 금전 요구를 받는다면 AI를 악용한 보이스피싱일 확률이 높다"며 "이러한 전화를 받으면 즉시 통화를 끊고, 다른 연락 수단을 통해 자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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