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오는 18일부터 농지 임대차 정상화를 위한 특별 정비에 착수한다. 오는 8월 본격화하는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를 앞두고 음성적으로 이뤄져 온 구두 임대차 계약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취지다. 특히 상속농지 등을 중심으로 서면 계약과 농지대장 변경 신청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정부는 자진 신고를 유도해 불법·편법 농지 이용을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1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18일부터 7월 31일까지 '농지 임대차 특별 정비기간'을 운영한다. 관행적으로 구두 계약만 맺어온 임대인·임차인이 서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농지 소재지 관할 읍·면사무소 등에 신고하거나 농지은행을 통해 임대 위탁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농지 임대차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농지법 제23조상 예외 사유에 해당하면 개인 간 임대차 계약이나 농지은행 위탁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1996년 1월 1일 이전 취득 농지 △상속·이농 농지(1ha 이하) △60세 이상이 5년 이상 자경한 농지 등이 해당한다.
정부는 이번 정비기간 동안 개인 간 농지 임대차의 '서면 계약 원칙'을 집중적으로 안내할 계획이다. 서면 계약 후 관할 읍·면장의 확인을 받으면 임차인은 제3자 대항력을 확보하게 된다. 농지 소유자가 바뀌더라도 계약 기간 동안 계속 경작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다. 최소 임대차 기간 역시 일반 농지는 3년, 다년생 식물 재배지는 5년 이상으로 보다 명확하게 보호된다.
다만 계약 체결 후 60일 이내 농지대장 변경 신청을 하지 않으면 농지 소유자나 임차인에게 3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농식품부는 농업 현장에서 절차 부담 때문에 구두 계약이 광범위하게 이뤄져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시 거주 상속인이 친인척이나 지역 주민에게 농지를 빌려주면서도 계약서 작성이나 농지대장 변경을 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농지은행 위탁도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개인이 3년 이상 보유한 농지나 상속농지, 1996년 이전 취득 농지 등은 농지은행 임대 위탁이 가능하다. 온라인 전자계약이나 농어촌공사 방문을 통해 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며, 위탁 시 농지대장 등재와 농업경영체 변경 등록도 함께 처리된다.
특히 상속농지는 1ha 초과 시 농지은행 위탁이 의무다. 또 8년 이상 농지은행에 위탁하면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농업인이 농지를 위탁하는 경우에는 연간 임차료의 5% 수준인 위탁 수수료도 면제된다.
정부는 특별 정비기간 이후 임대인이 농지 전수조사를 피하려고 임대차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사례에 대비해 신고센터도 운영한다. 온라인 농지공간포털과 오프라인 창구를 통해 신고를 받는다. 접수된 농지는 오는 8월 시작되는 농지 전수조사 심층조사 대상에 포함되며, 계약 해지 피해를 본 임차농에게는 농지은행 물량을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김기환 농식품부 농지과장은 "특별 정비기간이 음성적인 구두 임대차 계약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임차인은 법적 권리를 명확히 보장받고 임대인은 농지 전수조사 전에 합법적 임대차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부터 단계적 농지 전수조사에도 착수한다. 조사 대상은 전체 농지대장 기준 약 195만4000㏊(1447만 필지)다. 올해는 1996년 이후 취득 농지 115만㏊를 우선 조사하고, 내년에는 1996년 이전 취득 농지 80만㏊를 추가 조사할 예정이다. 정부는 5~7월 행정정보와 위성사진 등을 활용한 기본조사를 실시한 뒤, 8~12월에는 투기 위험군을 중심으로 현장 심층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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