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투자 실패 후 경비일 복귀한 30대, 새벽근무 뒤에도 개장 기다려 오픈채팅방선 "퇴직금 중간정산까지"…손실 만회성 추매도 사무실서도 화장실·흡연실 오가며 시세 확인하는 직장인 주식거래활동계좌 1억537만개·예탁금 134조원…빚투 우려도 확대 전문가 "투자도 뇌에선 업무…루틴 지키고 일상과 분리해야"
#.경비일을 하는 신모씨(36)는 새벽 근무를 마치고 오전 8시에 퇴근해도 곧장 잠들지 못한다. 한 시간 뒤 열리는 국내 주식시장의 동향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3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주식 투자에 나섰던 그는 단타 매매에 몰두하다 약 1억원을 잃었다. 현재는 다시 본업에 집중하려 하지만 오전 9시 개장 시간 만큼은 온 신경이 주식창에 쏠린다. 신씨는 "남들은 다 벌었다는 박탈감 때문에 주식을 놓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은 돈을 다 잃어 SK하이닉스 1주도 사지 못하는 상태"라고 한숨을 쉬었다.
[파이낸셜뉴스] 최근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주식 투자가 단순한 재테크를 넘어 직장인의 일상과 업무시간까지 잠식하고 있다. 장이 열리는 오전 9시 전후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최우선으로 확인하고 업무시간에도 지속적으로 주가를 살피는 식이다. 주식 투자에 대한 과몰입 현상이 업무 집중력을 저하하고 무리한 추격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 코스피 종목 주주들이 모인 익명 채팅방에선 시간을 불문하고 주식에 집중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출근시간인 오전 8시 55분, 국내 증시 개장을 앞두고 매수·매도 타이밍을 묻는 대화가 이어졌다. 곧바로 장이 열린 뒤 5%대 하락이 발생하자 한 참여자는 "퇴직금 중간 정산까지 해야 될지도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다른 참여자들은 "더 이상 물탈 돈도 없다", "더 못 타겠다. 무섭다"고 했고, "오늘도 추매했다"는 메시지도 올라왔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생활자금과 미래자금까지 투자금으로 끌어오겠다는 대화가 오전동안 오갔다.
직장 깊숙이 주식 이야기가 번진 경우도 있다. 중소 유통기업에서 일하는 최모씨(32)는 최근 회사 안에서 주식 이야기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평소 투자 유튜브를 보던 차장이 코스닥 종목 투자로 수익을 냈다는 말이 퍼지면서부터다. 이 소식을 접한 직원들은 함께 담배를 피우러 나가거나 화장실에 갈 때마다 주가를 확인했다. 최씨는 "예전 코인 열풍 처럼 수시로 시세를 들여다 보는 분위기"라며 "'딸깍해서 월급 번다'라는 말이 돌 정도로 직장 내 근로 의욕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증권업계에서도 투자자들의 접속·조회 빈도 증가세를 감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최근 증시 상승 이후 MTS·HTS 이용 빈도와 주문·잔고 조회 빈도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며 "20~30대와 모바일 중심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실시간 시세 확인과 빠른 매매 대응 수요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도 "국내 증시 활황으로 2030세대의 계좌 개설과 거래대금 추이가 지속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략 없는 추종 투자와 빚투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과 산업에 대한 기초 지식 없이 '무조건 올라가니까 나도 올라탄다'는 식의 접근은 투기"라며 "최근 주식 변동 폭이 워낙 커 빚을 내 투자할 경우 단시간에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활황장에서 투자자들이 관심이나 포모(투자 소외감)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봤다. 다만 이런 감정 자체를 억누르려 하기보다 수면과 업무를 침범하지 않도록 일상 루틴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주식 투자도 뇌에서는 하나의 업무로 처리되기 때문에 수면과 휴식 없이 계속 시세를 확인하면 사고 능력과 결정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투자를 잘하기 위해서라도 본인의 생활 루틴을 지키고, 운동이나 취미 같은 '리포커싱'을 통해 주식과 일상을 분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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