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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4사, 재고효과로 6조 벌었지만…"좋아할 상황 아냐" (종합)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3 16:47

수정 2026.05.13 17:29

유가 급등에 줄줄이 호실적
영업이익 절반가량 재고 관련 이익
전쟁 종료 후 유가 하락 땐 재고손실 우려


5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하고 첫 주말을 맞이한 지난 10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 뉴스1
5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하고 첫 주말을 맞이한 지난 10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1·4분기 국제유가 급등과 재고 효과에 힘입어 6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업계 내부에서는 이를 정유 본업 경쟁력 개선보다는 유가 상승에 따른 일시적 재고 이익 영향이 큰 '착시 실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향후 전쟁 종료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할 경우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 부담까지 겹치며 업계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1·4분기 나란히 실적이 급증했다.

SK이노베이션은 매출 24조2121억원, 영업이익 2조162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정유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영업이익 1조2832억원 가운데 약 7800억원이 재고 관련 이익이었다.

GS도 영업이익 1조2586억원을 달성했다.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10% 증가한 1조6367억원을 기록했다. 정유 부문 영업이익만 1조5285억원에 달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영업이익 9335억원을 내며 전년 대비 2902% 증가했고, 에쓰오일 역시 영업이익 1조2311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로써 정유 4사의 올해 1·4분기 총 영업이익이 5조9635억원에 달하며 6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호실적이 정유 본업 경쟁력 강화보다는 유가 급등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 영향이 컸다고 설명한다. 정유사는 저가에 확보한 원유를 유가 상승 시기에 판매하면 장부상 대규모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른바 '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다.

실제 정유 4사는 이번 1·4분기 영업이익 가운데 절반 가량이 재고 관련 이익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동 전쟁 여파로 항공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한 점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유가 흐름이 반대로 움직일 경우다. 업계에서는 향후 전쟁 종료로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현재 고가에 들여온 원유가 대규모 재고평가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최근까지 에쓰오일을 포함한 국내 주요 정유사들의 누적 손실액이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관련 예비비 4조2000억원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실제 보전액 산정과 지급 과정에서 진통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