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지원금 관련 판결문 보니
'인건비 부정수급'이 가장 많아
기술개발금 받아놓고 손 놓기도
사전에 걸러내기 힘든 구조
지원 단계부터 점검·관리 필요
#1. 지난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창업진흥원의 해외진출인력채용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A씨. 하지만 사업 종료 뒤 진행된 점검 과정에서 창업진흥원은 A씨가 직원 B씨에게 지급한 300만원을 문제 삼아 반납을 요청했다. 조사 결과 B씨는 실제 직원이 아닌 A씨의 어머니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 D씨는 블록완구를 판독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며 2년간 5억원의 정부출연금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사후 검증 결과 "개발 결과물을 확인할 수도 없고 사업화도 시작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법원은 지난 1월 이들에 대한 지원금 환수 조치와 국가사업 참여 제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정부의 청년 창업지원 사업으로 지원금을 받은 뒤 이를 가족 인건비로 허위 수령하거나 용도와 다르게 사용했다가 환수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술개발 지원금을 받고도 정작 개발 성과는 초기 단계에 머물거나 사업화 모델 구축에 실패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또 '유령 공유오피스'로 세제 혜택을 보는 사례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정수급 사례를 사후적으로 적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본지가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 법원에서 선고된 청년 창업지원 관련 민형사·행정사건 판결문 10건을 분석한 결과 △인건비 부정수급 4건 △사업자금 개인 유용 2건 △사업지침 위반 1건 △지원금 초과 집행 1건 △기술개발 목표치 미달 2건 등이 확인됐다. 대부분 창업지원금을 받은 뒤 환수 처분을 당한 당사자들이 중기부나 지원기관 등을 상대로 처분 취소를 요구한 사건들이다.
현재 청년 창업지원 사업은 중기부 등이 창업진흥원 등 전담기관을 통해 사업비·기술개발비·인건비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업 종료 뒤에는 성과평가와 비용 집행 점검이 이뤄지고, 부적절한 사용 내역이 확인되면 환수 처분과 국가사업 참여 제한 조치 등이 뒤따른다.
가장 대표적인 부정수급 사례는 가족이나 친척을 허위 직원으로 등록해 인건비나 사업자금을 받아내는 방식이었다. 실질적으로 근무하지 않은 가족을 인턴 직원으로 올린 뒤 허위 근무일지를 작성해 급여를 수령하거나, 시제품 생산을 맡는 외주용역 업체를 친족 명의로 선정해 사업비를 우회 지급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최근 기술개발 지원사업에서는 지원금을 받은 뒤에 사후검증을 회피하려는 시도도 확인됐다. 항공우주선 보조장치 제조 사업으로 중기부 지원금 1억5000만원을 받은 E씨는 지원 종료 뒤 평가 과정에서 사업계획서상 평가지표를 임의로 변경한 사실이 문제가 됐다. 사업 평가위원회는 연구노트 작성도 부실하고 소명자료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며 환수 조치를 내렸다. 환수 처분을 받은 당사자들은 법원에 처분 취소를 요구했지만, 살펴본 판결 가운데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사례는 없었다.
공유오피스를 이용한 조세감면 악용 사례도 있다. 광고대행업을 운영한 F씨는 경기도 소재 공유오피스에 사업장을 등록한 뒤 조세특례제한법상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혜택을 받아 법인세를 감면받았다. 그러나 세무당국 조사 결과 실제 사업은 서울에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공유오피스에는 F씨 회사 포함, 313개 법인이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무당국은 사업장 방문 기록과 매출 발생처 등을 추적해 세액을 환수했고, 불복 절차에서도 처분은 유지됐다.
전문가들은 현재 창업지원 제도에 구조적인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박정환 세무회계법인 율제 세무사는 "속이는 사람이 큰마음 먹고 속이면 사실상 사전에 걸러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회삿돈과 개인 돈을 구별하지 못해 문제가 뒤늦게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며 "창업 지원 단계부터 사전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김예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