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에 법리보완 요구 '이례적'
지선 이후로 최종결론 미뤄질 듯
금융권에서는 금융위가 법리 보완을 명분으로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과징금 수위를 금감원에 낮출 것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제재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금융위의 최종 결론은 6·3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는 13일 제9차 정례회의에 홍콩 ELS 불완전판매 제재안을 상정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
금융위는 "홍콩 ELS 불완전판매 관련 은행·증권사 검사 결과 조치안에 관한 안건검토 소위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조치안상의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법리 등을 보완해줄 것을 금감원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구체적인 법적 쟁점에 대해서는 제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금감원이 1조4000억원대의 과징금을 결정한 근거 가운데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설명의무'와 '부당금융 금지 원칙'을 동시에 적용한 부분에 대해 두 원칙 사이에 법적 연결고리 보완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법 조항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그런 것들을 보완해달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당초 금감원이 최초 산정한 과징금은 약 4조원이었다. 이후 논의 과정에서 절반인 약 2조원으로 감경, 지난해 11월 은행권에 사전통보했다. 올해 2월에는 이보다 더 낮춘 1조4000억원의 과징금 제재안을 의결해 금융위로 넘겼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금융위는 업계 피해 구제 노력을 고려해 과징금을 최대 75%까지 감경할 수 있다. 다만 금감원이 애초 과도하게 높은 수준으로 과징금을 정해 금융위의 부담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과징금 규모가 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금융사들이 제기한 징계 불복소송에서 당국이 연이어 패소한 점도 금융위의 부담을 높인 이유로 꼽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금융위 결정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형 제재 중에 금감원이 제재심을 통해 확정한 제재안을 금융위가 되돌려 보낸 사례는 사실상 처음이다. 금융위는 그동안 은행들이 소송에 나섰을 때의 법적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안건소위원회를 여러 차례 열어 제재안의 법적 한계를 보완했고, 이 과정에서 금감원과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금융위가 안건소위에서 과징금 수위를 조절하지 않고 금감원에 제재안 재검토를 요구한 것은 금감원이 과징금을 낮추라는 의미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스스로 제재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할 만큼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조치안이 보완되는 대로 신속하고 면밀하게 검토해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zoom@fnnews.com 이주미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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