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은 13일(현지시간) 워시 연준 의장 지명안을 54대 45로 통과시켰다. 워시는 오는 15일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의장의 뒤를 이어 차기 연준 의장직을 맡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연준이 충분히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며 파월 의장을 공개 비판해왔다. 이번 워시 체제 출범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원해온 '새 연준'의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파월 의장이 의장직 퇴임 이후에도 연준 이사직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점은 워시 체제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연준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 기관 자체를 훼손하고 있다"며 2028년 1월까지 보장된 이사직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속에서도 연준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시장에서는 연준 내부에서 '파월 체제'와 '워시 체제' 간 미묘한 긴장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도 거론한다.
워시는 이미 연준의 대규모 국채·주택저당증권(MBS) 보유 정책과 정책 커뮤니케이션 방식, 경제 데이터 해석 방식까지 손보겠다는 뜻을 시사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연준 체제 변화(regime change)"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하지만 워시가 실제 취임 직후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이후 국제유가와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 물가가 다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를 키웠다.
시장에서는 올해 금리 인하 기대를 사실상 접는 분위기다. 오히려 내년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현재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공개적으로 금리 인상을 주장한 연준 인사는 없지만, 최소한 "인상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줘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시의 첫 시험대는 다음 달 열린다. 차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6월 16~17일 개최된다. 시장에서는 워시가 첫 회의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가 향후 미국 금리 방향뿐 아니라 연준 독립성 논란의 향배까지 좌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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