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프로스포츠 경기장에서 치어리더의 신체 특정 부위를 집중적으로 촬영하는 이른바 '대포 카메라' 족(族)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순수한 팬심을 넘어 유튜브 조회수 등을 노린 상업적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치어리더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14일 SBS에 따르면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야구장 응원석 앞줄은 커다란 망원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든 이른바 '직캠족'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렌즈가 향하는 곳은 그라운드가 아닌 응원 단상 위의 치어리더들이다. 거대한 촬영 장비 탓에 일반 관중의 시야를 가리는 것은 물론, 경기 진행과 무관하게 치어리더에게만 집착하는 모습에 가족 단위 관람객들은 눈살을 찌푸리기도 한다.
이들이 앞다투어 촬영에 열을 올리는 주된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촬영한 직캠 영상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수익을 창출하는데, 인기 있는 일부 유튜브 채널의 경우 한 달 수익이 1000만 원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선을 넘는 촬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당사자인 치어리더들은 과도한 클로즈업과 특정 신체 부위 촬영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올해 두산 베어스 응원단에 합류한 신인 치어리더 권희원 역시 최근 한 유튜브 예능 방송에 출연해 이 같은 고충을 토로했다. 권 씨는 "대포 카메라로 가까이서 찍는 분들이 있는데, 하체 쪽을 줌(확대) 하는 게 보여 무척 부담스럽다"며 "가끔 다른 곳(신체 부위)을 찍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면 엄청 '뚝딱이'가 되고 경기에 집중을 못 하겠다"고 털어놨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치어리더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치어리더는 "응원 단상이 높아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찍는 분들이 있는데, 불쾌함을 티 내지 못하고 표정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치어리더 역시 "엉덩이 라인이나 가슴골이 심하게 노출되는 영상이 많다. 저희로 인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도를 넘은 촬영은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5일에는 한 30대 남성 관람객이 휴대전화로 치어리더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적발돼 경찰에 붙잡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직캠과 불법 촬영 사이의 명확한 기준이 모호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은의 변호사는ㅊ를 통해 "특정 신체 부위가 강조되거나, 이를 집중적이고 반복적으로 촬영하는 상황 등이 불법 촬영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전한 관람 문화를 해치고 치어리더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는 무분별한 직캠 문화에 대해, 스포츠 구단 차원의 제재와 명확한 법적 단속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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