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내외 자산 토큰화 현황 및 향후 정책 과제' 발표
기관투자자 들어올 만한 유통량 확보돼야 한다는 게 핵심
표준화된 공시체계 등도 수립..투자자 신뢰 쌓아야
법 개정으로 제도적 기반은 마련..시장 규모는 6000억 수준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외 자산 토큰화 현황 및 향후 정책 과제'에서 박상훈 금융안정국 비전통금융분석팀 과장은 국내 자산 토큰화 시장 조기 안착을 위한 방안으로 "조각투자를 통해 시장 수요가 확인되고 사업 경험이 축적된 부동산, 음원저작권, 미술품 등 비정형적 자산을 중심으로 거래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박 과장은 "초기 단계에서 유통량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으면 합리적 가격 형성이 어렵고 원활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투자자 신뢰가 약화할 수 있다"며 "단순히 상품 수를 늘리기보다 풍부한 유동성 형성, 표준화된 공시체계 등을 통해 거래가 실제 일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해 1월 발간한 '금융시장의 자산토큰화 및 분상원장 기술' 보고서에서 자산 토큰화 도입 속도가 지체되는 배경으로 유동성 부족과 생태계 미비를 지목했다.
실제 지난 3월말 기준 전 세계 자산 토큰화 시장 규모는 503억7000만달러(약 75조원)인 반면 국내 조각투자 누적 규모는 지난 1월 기준 6400억원 수준이다. 물론 대상 범위나 집계 시점에 차이가 있으나 단순 비교하면 1%에도 미치지 못 한다.
자산의 가치 평가, 수탁, 공시, 권리이전, 투자자 보호 등 관련 핵심 인프라를 구축해 발행인과 투자자 간 정보비대칭을 완화할 필요도 있다.
법적 근거 마련은 필수다. 규제 샌드박스 등 제한적 기반이 아닌 확장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지난 2월 전자증권법,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토큰증권 발행·유통을 위한 환경은 만들어졌다. 다만 이번 개정안엔 투자계약증권만 포함됐고 부동산, 음원저작권 등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은 그 대상에서 빠졌다.
결국엔 기초자산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 일단은 비정형적 자산이지만, 주식·채권 등 전통 금융자산으로 다변화하는 로드맵이 갖춰져야 한다.
박 과장은 국채나 머니마켓펀드(MMF)는 정형화된 현금흐름 구조, 소액화를 통한 접근성 제고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토큰화가 용이하고 주식은 배당, 유·무상증자, 자사주 소각 등은 다양한 기업행위를 온체인에서 처리해야 하는 문제 등이 있어 토큰화가 비교적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박 과장은 "자산 토큰화는 거래 체결부터 결제·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분산원장에서 통함해 처리함으로써 거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시간적·지리적 제약에서 벗어난 거래 환경을 가능케 해 금융시장 운영상 유연성도 제고하고 원자재 결제를 구현해 미결제·부분결제 리스크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과제는 상호운영성 확보다. OECD도 토큰화 시장 한계 중 하나로 범용성 제약을 꼽았다. 개별 프로젝트 간 호환이 안 되는 구조라는 주장이다. 특정 기관의 프라이빗(사적) 블록체인 내에서 폐쇄적으로 진행돼 다른 체인 간 자산 이동이나 연결이 어렵다는 뜻이다.
박 과장은 결제수단으로는 화폐의 단일성 유지,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 중앙은행 화폐(디지털화폐 포함), 예금 및 예금토큰 등을 제안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엄격한 규제 준수, 상황 가능성, 준비자산 안정성이 확보될 경우 보완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봤다.
자산 토큰화의 잠재리스크로는 유동성 불일치가 거론됐다. 박 과장은 "토큰화된 자산(온체인)은 상시 거래 및 이전이 가능해 신속 환매가 가능하지만 기초자산(오프체인)은 거래시간, 결제주기, 매각 비용 등의 제약이 있어 유동성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시장 불안 시 이는 대량 매각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토큰화는 레버리지 확대, 상호연계성 심화를 통해 시스템 취약성을 누적시킬 우려도 있다. 박 과장은 "자산의 분할 및 담보 설정을 용이하게 하지만 재담보화를 촉진할 수 있다"며 "가격 하락 시 급격한 자산 매각과 시장 변동성 확대를 유발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스테이블코인 시장과 연결고리가 강화되면 그 기초자산인 단기 국채, 예금 시장으로 충격이 파급될 수 있다. 박 과장은 "이 같은 문제들이 시스템리스크로 누적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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