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호르몬, 세포와 장기 연결하는 신호체계
잘 읽어내면 질병 예측·예방할 수 있어
위고비·마운자로 등이 대표적 치료제
체내 측정기로 개인 상태 실시간 분석
맞춤형 디지털 건강관리 하는 시대 올것
■비만·당뇨 치료에도 호르몬 활용
14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난 안 교수는 기존 의학이 심장·뇌·간과 같은 장기 단위의 질환에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세포와 장기를 연결하는 신호 체계인 호르몬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인체에는 4000여종에 달하는 호르몬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호르몬의 세계'를 해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에서도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GLP-1' 계열 치료제인 위고비, 마운자로 등은 호르몬을 직접 활용해 체중과 혈당을 조절하는 대표적 사례다.
안 교수는 이를 한 단계 더 확장한 개념으로 '디지털 위고비, 디지털 마운자로' 시대를 제시한다. 약물 주입을 넘어 개인의 호르몬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식사·운동·수면·스트레스까지 통합 관리하는 '디지털 치료제'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HLB라이프케어 공동대표인 안 교수는 현재 개발 중인 웨어러블 패치를 통해 이러한 미래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했다. HLB라이프케어가 최근 출시한 개인용 체내 연속혈당측정기(CGM) '피코링'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안 교수는 피코링 같은 웨어러블 기기가 혈당을 넘어 다양한 호르몬을 측정하고, 이를 AI가 분석해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빠르면 3년, 길게는 10년 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 교수는 "호르몬은 혈당이나 혈압보다 먼저 변하는 신호"라며 "이를 실시간으로 읽어내면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이는 예측(Prediction), 정밀(Precision), 개인맞춤(Personalization), 예방(Prevention), 참여(Participation)로 대표되는 '5P 의료'와도 맞닿아 있다.
■가장 쉬운 건강 습관은 '햇빛샤워'
특히 그는 질병 치료의 핵심을 '생활 습관'에서 찾는다. 유전적 요인이 30%이고, 나머지 70%는 식사·운동·수면 등 후천적 요인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결국 호르몬은 스스로 조절 가능한 영역이며,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건강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인의 만성질환과 정신 건강 문제 역시 호르몬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도파민, 코르티솔, 세로토닌 등 감정과 관련된 호르몬의 불균형은 불면증, 우울증, 대사질환으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이처럼 복잡한 호르몬 균형을 관리하는 데 있어 안 교수가 가장 강조한 것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건강 습관은 '햇빛 샤워'"라며 "하루 15~20분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비타민D 생성은 물론 세로토닌과 멜라토닌까지 연결돼 수면과 면역,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미래 의학은 더 정교한 기술로 진화하겠지만 그 출발점은 여전히 '몸의 신호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신호의 중심에는 호르몬이 있다. 안 교수는 "내 몸 안에는 수천 명의 의사가 존재하고,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호르몬"이라며 "이를 읽고 관리하는 것이 앞으로의 헬스케어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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