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지원 기관 '실적쌓기' 급급
유령법인·부정수급 등만 부추겨
혈세 누수·선의 피해자 발생 우려
사업 실체 검증·모니터링 시급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해 늘어난 지원 금액만큼 혜택이 곳곳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것은 '실적 쌓기'에만 급급해 정작 사후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이 계속되면서 국민 혈세가 유령 법인이나 부정수급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사업 실체 검증과 모니터링 강화 등 '기본'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4일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창업이라는 명목하에 여러 부처에서 중복으로 지원금을 받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이를 통합 스크린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면서 "사업 의지 없이 지원금만 노리는 법인을 차단하기 위해선 엄격한 자격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 청년창업 지원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정부기관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창업진흥원, 신용보증기금, 신용보증재단, 서민금융진흥원 등 여러 곳이다.
그러나 각 기관별로 업무를 진행하는 탓에 협업이나 정보 공유 등을 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기관은 아예 통계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도 않는다. 정부 기관 사이의 중복 지원이나 블랙리스트 공유 등을 관리할 사령탑 또한 없는 실정이다.
청년창업지원 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청년창업 지원을 강조해 관련 사업을 하는 곳은 늘고 있다"면서 "때때로 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경우도 있으나 전체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는 현재 없다"고 전했다.
이런 '데이터 칸막이' 때문에 청년창업지원 사업이 자칫 기관끼리의 건수 경쟁에 매몰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질타한다. 사후관리가 부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복수의 청년창업지원 기관은 본지의 정보공개청구 답변에서 "외국인·유령법인 창업지원금 수령 관련 통계가 존재하지 않고, (이와 관련된) 부정수급 환수 액수와 지원 건수 역시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사업자등록과 청년창업기업의 소득세·법인세 감면을 검증하는 세무당국도 자유롭지 못하다. 세무당국은 동일 주소지에 사업자가 다수 등록된 사례나 사업장 미실재 적발 건수, 주소지 유형별 분류 등에 대해 별도 구분·관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외국인·해외 체류 사업자 현황과 법인 다수 등록 구조가 부정수급과 연관된 사례 역시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창업지원 건수 자체가 실적으로 인식되면서 실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지원 대상을 보다 신중하게 선별하고 선정 이후에도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동일 주소지 반복 등록이나 장기간 실질 사업이 이뤄지지 않는 사업장 등에 대한 데이터 관리가 필요하다"며 "지원금과 대출금 사용처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단계별로 집행 내역을 확인하는 절차 강화도 필수"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행정은 결국 혈세 누수로 이어진다. 감사원은 청년창업지원 기관에 대한 감사에서 창업기업의 정부지원금 부정수급으로 발생한 체납액을 최장 40개월간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하거나 지연이자를 청구하지 않는 등 체납액 회수 역시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악용을 막겠다고 사업자 등록 단계부터 공유오피스 입주를 제한하거나 허들을 높이면, 선의의 청년 창업가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정현준 현준세무회계 대표세무사는 "행정 편의적인 사전 규제보다는 신고 내역을 바탕으로 한 사후관리 체계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행정 인력의 한계를 고려할 때 불필요한 초기 진입 규제는 낮추되 부당수급 의심 사례를 정교하게 타격할 수 있는 데이터 상시 감시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기부는 부정수급 사각지대 관리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환수대상 기업의 사업 참여 제한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세무당국은 매년 실사업 영위 여부를 검증해 허위 사업장은 직권폐업 조치하고, 부당하게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을 받은 사업자는 감면세액을 추징하고 있다고 말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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