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베이징 톈탄공원을 방문한 배경에는 고도로 계산된 외교적 상징성이 숨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채널뉴스아시아방송(CNA)은 이번 톈탄공원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 중 가장 세심하게 연출된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고 분석, 보도했다.
베이징 남부에 위치한 톈탄원은 6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곳으로 과거 명과 청나라 시대 황제들이 풍년을 기원하며 제천 의례를 올리던 곳이자 황제의 권위와 우주적 질서를 상징하는 성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1975년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이후 이곳을 공식 방문한 두 번째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됐다.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복합단지를 둘러보기 전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문이 단순한 관광이나 의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는 이를 '평화와 공존'의 신호로 해석했으며, 또 다른 이들은 현재 진행 중인 무역 협상과 관련해 미·중 관계의 '풍성한 수확'을 바라는 염원이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칭화대학교 국제안보전략센터의 선임 연구원 순청하오는 "과거 황제들이 풍년을 빌었던 것처럼, 세계 두 경제 대국은 이제 농산물 구매 확대, 경제적 안정, 긴장 완화라는 '또 다른 형태의 풍작'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농민들의 압박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두, 곡물, 육류 등 농산물 수출 문제는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다.
CNA방송은 중국 당국이 톈탄을 장소로 선택한 것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 화합과 안정을 투영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마카오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왕디는 "중국의 고대 개념인 '천명'에 따르면, 통치자는 하늘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으며 질서와 안정을 유지할 때만 통치권을 유지할 수 있다"며 "중국 황제는 하늘과 땅의 중재자인 '천자'로 불렸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이 장소는 중국의 오랜 역사와 문화적 자신감, 그리고 평화적 공존에 대한 희망을 동시에 보여준다"며 "이러한 상징적 모호함은 베이징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할 때 여러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게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과거에도 역사적 장소를 외교적 전략으로 활용해 왔다. 시 주석은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중 당시 자금성 내로 초대해 이른바 '국빈 방문 플러스'급 예우를 갖춘 바 있다.
쑤저우 대학교의 빅터 가오 교수는 "이번 방문은 평화와 공동 발전에 대한 희망을 반영한다"며 "1985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수행했을 당시 그는 이곳을 '인간과 땅, 하늘 사이의 조화'라고 표현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전통의 깊이를 이해하고 '미·중 협력이 곧 올바른 길'이라는 결론을 내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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