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변호사 "화성 사건 피해자들 권리구제 길 열리길"
[파이낸셜뉴스]법원이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범인으로 몰려 강압수사를 받았던 고(故) 홍성록씨의 자녀들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다만 자녀 측은 인정된 배상액이 지나치게 적다며 항소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06단독 안동철 부장판사는 15일 홍씨 자녀 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가가 자녀들에게 각각 3857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홍씨는 지난 1987년 영화 '살인의 추억'의 소재가 된 화성연쇄살인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강압 수사를 받았다.
이후 홍씨는 이후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지만, 수사기관의 사찰과 감시가 이어졌다. 극심한 불안에 시달린 그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 채 지난 2002년 숨졌다. 당시 어린 나이였던 자녀들 역시 수사기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의 진범인 이춘재는 지난 2019년 9월 범행을 자백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지난 2022년 홍씨에 대한 불법체포와 감금, 허위자백 강요 등에 대해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침해라고 공식 인정했다.
유족 측은 이날 판결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히 재판부가 지난 3월 화해권고 결정 당시 원고 1인당 약 1억7000만원 수준의 배상액을 제시했던 것과 비교해 실제 판결 금액이 크게 줄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녀들을 대리한 박준영 변호사는 선고 뒤 "불법 구금 기간이 일주일 정도로 상대적으로 짧다는 이유로 위자료가 적게 인정된 것 같다"며 "창살 없는 사회적 구금 상태에서 장기간 피해를 입은 사건의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자녀들과 협의해 항소심에서 다시 다퉈볼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박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화성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권리구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늘 판결이 상당히 아쉽긴 하지만, 진화위 조사 과정에서 화성 사건 피해자로 인정된 분들이 판결 기사를 보고 권리를 주장할 길이 열려 있다는 점을 알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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