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안보·에너지 의제 논의된 정황 아니냐 분분
대만·관세보다 공급망·중동 이슈가 더 비중 있게 다뤄졌다는 해석도
외신 "회담 실체 보여주는 단서" 평가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현장에서 통역사가 남긴 메모가 공개되면서 미중 간 실제 논의 의제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희토류와 미국의 대중 기술 규제, 이란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까지 메모에 등장하면서 이번 회담이 단순한 무역 협상을 넘어 안보·에너지·기술 패권 전반을 다룬 '슈퍼 담판'이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15일 대만 연합신문망 등에 따르면 AFP통신은 전날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당시 통역사의 책상 위 메모를 촬영해 주요 단어를 식별했다.
메모에는 중국어와 영어가 섞여 적혀 있었으며 "FCC", "봉쇄", "희토류", "곡물" 등의 표현이 확인됐다. 중동 관련 표현으로는 "이슬람혁명수비대", "호르무즈 해협", "레바논" 등이 적혀 있었고, 최근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이름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FCC가 언급된 점이 주목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최근 중국 기관들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지난달에는 미국과 상호 인증 협정을 맺지 않은 중국 검사·인증기관의 자격을 취소했고, 중국 대형 통신사 3곳의 미국 내 데이터센터 운영도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 조치가 중국 기업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필요 시 대응 조치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번 회담에서도 기술 규제와 통신 인프라 문제가 핵심 충돌 지점 가운데 하나였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희토류 역시 미중 갈등의 핵심 카드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AI 기술 수출 통제에 맞서 희토류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통제를 공급망 위협으로 보고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곡물 관련 메모는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와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회담 전 미국에서는 중국이 미국산 대두와 쇠고기, 보잉 항공기 구매 확대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반대로 중국은 대만 문제와 관세, 첨단기술 수출 규제를 핵심 의제로 꺼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중동 문제도 주요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양국 정상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고,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화 및 통행료 부과에도 반대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이란에 군사장비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 해결에도 협조 의사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난하이에서 열린 시 주석과의 차담에서도 "우리는 이란 문제에 대해 매우 비슷하게 생각한다"며 "그 상황이 끝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메모 공개를 두고 외신들은 "짧은 단어 몇 개가 미중 정상회담의 실제 전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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