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 서울 '사대문 안' 인구를 30만명으로
도심 비우고 외곽만 팽창하는 게 바람직한가?
'사대문 안' 되살리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
[파이낸셜뉴스] 서울대와 예일대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김종성, 김태수의 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힌 황두진(62)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한국 현대건축의 지평을 확장하고 있다.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 거리와 소통하는 건물, 사회에 필요한 건축 등 건축 공공(公共)성에 관심이 많은 그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2005년에 낸 저서 '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를 통해 도심 주거에 대한 문제의식을 품어온 저자가 이번엔 '사대문(四大門) 안'으로 명명한 서울의 옛 중심부 부활을 화두로 내건 책을 냈다.
그가 꼽는 서울 사대문 안은 종로구 부암동과 평창동, 중구의 중림동, 회현동의 일부, 황학동에서 약수동에 이르는 일대로 상주 인구는 현재 10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그는 이곳 거주 인구를 30만명까지 늘리는 '사대문 안 인구 30만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사대문 안은 지형의 능선을 따라 지어진 사대문과 이를 잇는 서울 성곽을 자연스레 연상시킨다. 자연과 인공이 결합해 만들어져 경계의 개념과 실제가 산뜻하게 일치하는 정합성의 매력과 세계적 문화 유산을 보유한 값진 공간이다."
저자는 서울 '사대문 안'의 변화와 직장인의 출퇴근 이동, 코로나19 이후 도시 인식 변화, 거주 인구와 유동 인구 문제를 다룬다. 건재한 구도심을 간직하고 있는 독일 베를린과 재생에 성공한 일본 도쿄, 다양한 도심이 공존하는 뉴욕 맨해튼 같은 해외 사례도 점검한다.
그는 "'사대문 안 인구 30만 프로젝트'는 단순한 인구 늘리기가 아니라 도심(都心)의 삶 자체를 되살리려는 시도"라고 말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해법으로 단지형 아파트가 아닌 '무지개떡 건축'이라는 저자의 모델을 제시한다.
'무지개떡 건축(rainbow cake architecture)'은 한 건물 안에 주거, 일터, 상업 기능을 겹쳐 도심의 밀도와 생활 기능을 함께 담는 게 특징이다. 길과 면한 저층부에는 외부계단과 상가가, 중간층엔 사무실이, 상층부에는 주거 공간이 들어가 거리 활력과 개인 프라이버시, 조망 등을 모두 확보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서울 청계천변, 종로와 을지로 일대, 북촌과 서촌, 광화문과 시청 일대, 명동 및 충무로 일대, 인사동과 낙원동 일대 등 사대문 안을 지역별로 쪼개 무지개떡 건축의 적용 가능성을 책에서 세밀하게 탐색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도시가 원·구도심의 인구는 줄고 외곽은 비대해지는 과정을 밟아왔다. 이렇게 중심은 비우고 외곽으로 팽창하는 것이 우리 도시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일까? 거주 지역이 대부분의 직장과 멀어지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 도시 변화의 모델인가?"라고 되묻는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서울의 원도심을 회복하고, 복합 용도를 통해 일상의 동선(動線)을 압축하며, 가까운 거리에서 예전보다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마주치며, 더 많이 대화하는, 달리 말하면 사람다운 삶이 순환하도록 하자는 제언이다. 그것은 '성장의 방향'을 바꾸자는 주장이다. 동시에 '확장'의 문법(文法)이 아니라 '축적과 재생'의 문법으로 도시를 다시 읽고 재설계하자는 호소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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