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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쓰는 기업과 AI로 바뀌는 조직은 다르다… 대한리더십학회 제주서 'AX 리더십' 화두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6 21:03

수정 2026.05.17 01:00

제주대서 2026 춘계학술대회 개최
학계·산업계 전문가 한자리 모여
AI 미래경영·글로벌 인재관리 특강
기업 리더 5000명 진단 데이터 주목
"기술 도입보다 조직 설계가 관건"

2026년 대한리더십학회 춘계학술대회 참석자들이 제주대학교 아라캠퍼스 행사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리더십과 조직, 성장, AI를 주요 주제로 진행됐다. /사진=대한리더십학회 제공
2026년 대한리더십학회 춘계학술대회 참석자들이 제주대학교 아라캠퍼스 행사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리더십과 조직, 성장, AI를 주요 주제로 진행됐다. /사진=대한리더십학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인공지능(AI) 전환이 기업 경영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기술 도입보다 조직과 리더십의 재설계가 더 중요하다는 논의가 제주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AI를 쓰는 기업과 AI로 일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는 조직은 다르며, 앞으로의 경쟁력은 기술 보유보다 사람과 조직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렸다는 문제의식이다.

사단법인 대한리더십학회(회장 방호진)는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제주대학교 아라캠퍼스에서 '2026년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리더십의 미래 가치와 실천 전략을 논의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리더십과 조직, 성장, 그리고 AI'를 중심 주제로 삼았다. 기술 대전환기 조직이 리더십의 본질을 어떻게 다시 세워야 하는지, AI가 조직의 체질 개선과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 과정에서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AI와 리더십을 경영 문제로 끌어온 점이다. AI는 더 이상 일부 기술 부서의 과제가 아니다. 채용과 평가, 인재 배치, 의사결정, 고객 대응, 업무 자동화까지 기업 운영 전반에 들어오고 있다. 이 때문에 AI 전환은 시스템을 새로 도입하는 일이 아니라 조직 구조와 권한, 책임, 성과 관리 방식을 다시 짜는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첫날 특별강연에서 엄창섭 랜덤컴퍼니 대표는 기업의 AI 전환을 'AX(AI Transformation)' 관점에서 짚었다. AX는 AI 기술을 일부 업무에 붙이는 수준이 아니라 기업의 업무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 리더와 구성원의 역할을 AI 시대에 맞게 바꾸는 경영 전환을 뜻한다.

엄 대표는 "AI를 쓰는 것과 조직이 전환되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AI가 채용과 보고, 고객 대응, 의사결정 보조까지 들어오고 있지만 많은 기업은 기존 조직 구조와 결재 체계 위에 새 기술만 얹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진단이다.

엄 대표는 AX의 핵심을 기술보다 설계에서 찾았다. 그는 "AX는 기술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라며 "책임의 경계를 설계하고, 거버넌스를 만들고, 구성원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AI를 활용하려면 어떤 업무를 AI에 맡길지, 어느 지점에서 사람이 판단할지, 결과 책임은 누가 질지부터 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기업 현장에서는 이미 세 가지 충돌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기술은 빠르게 들어오지만 조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실무자는 AI 도구를 쓰기 시작했지만 리더와 관리 체계는 이전 방식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부문별로 AI 활용이 늘어도 회사 차원의 원칙과 거버넌스가 없으면 책임 소재와 데이터 보안, 성과 측정 문제가 남는다.

엄 대표는 "실무자는 이미 AI로 일하고 있는데 리더와 관리 체계는 예전 방식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며 "리더가 업무 흐름과 권한, 거버넌스, 구성원의 역할을 함께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AI 전환의 성패가 도구 사용 능력보다 조직 운영 방식에 달렸다는 메시지다.

거버넌스 공백도 주요 쟁점으로 제시됐다. 거버넌스는 조직이 의사결정과 책임 구조를 어떻게 정하는지에 관한 운영 체계다. AI 시대에는 어떤 업무를 자동화할지, 민감한 판단은 누가 검토할지, AI가 낸 결과를 어떻게 검증할지 정교한 기준이 필요하다. 기술보다 운영 원칙이 늦으면 AI는 혁신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천장현 머서코리아 컨설팅부문 대표는 'AI시대 글로벌 인재관리 사례'를 통해 사람과 기계의 역할 재배치 문제를 다뤘다. 천 대표는 "AI 시대 인재관리는 사람과 기계의 방정식을 푸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AI가 인사관리의 보조 도구에 머물지 않고 직무와 역량, 학습, 성과관리 체계를 다시 설계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천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인재 전략을 데이터 기반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발표에서는 전 세계 1만1800명 이상의 응답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인재 트렌드도 제시됐다. 기업이 직무 단위로 사람을 배치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구성원의 기술과 성장 가능성, 변화 적응력을 함께 봐야 한다는 흐름이다.

천 대표는 "이제 기업은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인가만 묻기보다 구성원이 어떤 역량을 계속 갱신해야 하는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활용 역량과 변화 적응력, 협업 능력을 함께 키우는 인재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학술대회는 학계 논의에 그치지 않고 기업 현장의 데이터와 연결됐다. 세션 3 '리더십과 AI'에서는 김재순 J&COMPANY 대표가 '한국 기업 리더 5000명의 다면진단 데이터가 말하는 것'을 발표했다. 리더십 역량과 문제행동, 리더 유형의 실증 패턴을 다룬 발표다.

다면진단은 상사와 동료, 부하 직원 등 여러 평가자가 한 리더의 행동과 역량을 다각도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리더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 구성원이 경험하는 실제 리더십 사이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AI 시대 조직 변화에서 중요한 것은 리더가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구성원이 리더를 어떻게 경험하느냐다.

기업 리더 5000명 규모의 진단 데이터는 리더십 논의를 추상적 구호에서 실제 조직 행동의 문제로 끌어내린다. AI 전환이 실패하는 조직은 기술이 부족해서만 흔들리지 않는다. 리더가 권한을 나누지 못하고, 구성원이 실험할 심리적 안전감을 갖지 못하며, 부서 간 협업이 막힐 때 기술 투자는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학술 세션은 세 갈래로 운영됐다. 세션 1 '리더십과 조직'에서는 리더의 공감과 심리적 안전감, 의사결정 자율성과 비윤리적 친조직행동, 감정노동자의 우울과 상사지원, 임파워링 리더십과 혁신행동 등이 논의됐다. 전통적인 조직 리더십 문제를 다룬 축이다.

세션 2 '리더십과 성장'에서는 코칭리더십, 중장년 구성원의 경력행동, 리버스멘토링, 대학생의 리더십 개념 재구성, 공무원 학습분석 플랫폼 등이 발표됐다.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연결하는 리더십 교육과 경력 개발 문제가 중심이었다.

세션 3 '리더십과 AI'는 이번 학술대회의 시대성을 가장 잘 보여준 분과였다. AI 시대 리더십 역량에 대한 체계적 문헌분석, AI 기반 개인-직무 적합성 평가, 한국 기업 리더 5000명의 다면진단 데이터, 산업전환 시대 리더십 등이 다뤄졌다. AI가 조직의 의사결정과 인재 배치, 성과 관리 방식까지 바꾸고 있음을 보여주는 구성이다.

행사 첫날 열린 시상식에서는 한국바른채용인증원 조지용 대표가 '2026 리더십 대상'을 받았다. 채용의 공정성과 인재 선발 기준이 기업 경쟁력과 조직 신뢰의 핵심 요소로 부상한 상황에서 리더십과 채용 윤리를 함께 다룬 점도 의미가 있다.

제주에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지역적 의미도 있다. 제주대학교가 주관하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제주가 관광과 휴양의 공간에 머물지 않고 학술 교류와 산업 담론의 장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AI와 리더십, 인재관리 논의는 제주가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과 공공기관 혁신, 지역 기업 성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방호진 대한리더십학회장(제주대 경영학과 교수)은 "이번 학술대회는 조직의 근간이 되는 리더십부터 AI라는 미래 기술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우리 시대 리더십의 지향점을 확인한 자리였다"며 "제주에서 얻은 치유와 학문적 성과가 국내 기업과 조직의 건강한 성장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AI 전환은 이제 선택 과제가 아니다.
문제는 누가 더 빨리 도구를 쓰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정확하게 조직을 바꾸느냐다. 이번 대한리더십학회 춘계학술대회가 던진 메시지도 이 지점에 있다.
AI 시대의 리더십은 기술을 아는 리더가 아니라 기술과 사람, 조직의 역할을 다시 설계하는 리더를 요구하고 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