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외국인은 연초 이후 지난 15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만 총 98조2000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지난해 연간 외국인 순매도 규모 약 9조원과 비교하면 불과 4개월여 만에 지난해의 11배로 치솟았다.
특히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장중 8000선을 돌파한 지난 15일 하루 동안 외국인은 6조317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8046.78까지 치솟으며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이후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되며 급락세로 돌아섰다. 결국 전 거래일 대비 6.12% 하락한 7493.18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매도세에도 코스피가 8000선까지 상승 흐름을 이어온 배경으로 국내 기관과 개인의 매수세를 꼽는다. 특히 연기금과 퇴직연금 등 장기성 자금 유입이 외국인 매도 충격을 일정 부분 완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개인형퇴직연금(IRP), DC형 퇴직연금 등을 중심으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수요가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 수급을 지지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여기에 자산운용사들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련 ETF 출시 경쟁과 디폴트옵션 제도 시행 이후 퇴직연금 자금의 ETF 유입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외국인 매도세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선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의 매도공세를 단기 차익실현 성격으로 해석하는 시각과 통화정책·환율 등 구조적 변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우선 신중론은 매도 규모와 속도, 금리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외국인 차익실현 국면과 비교해 매도 강도가 지나치게 크고, 이달 들어선 매도 속도가 빨라져 단순 리밸런싱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벨류에이션부담, 주요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도 시장 전반의 부담요인으로 꼽았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예상보다 높은 물가 지표, 유가 상승 등이 차익실현 명분으로 작용하며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고 말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주가 하락과 삼성전자 노조 파업 이슈 등이 동시에 부각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고 진단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도행진을 연초 이후 코스피 급등으로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내 한국 비중이 높아진 만큼 비중 조절 차원의 리밸런싱 영향으로 해석했다. 글로벌 펀드는 특정 국가 비중이 목표치를 초과할 경우 기계적으로 비중을 축소하는 게일반적이다.
증권가에서는 기업 이익 추정치 상향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국내 증시의 중장기 상승추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가수익비율(PER) 리레이팅을 가정하지 않더라도 현재 이익 추정치가 현실화될 경우 코스피 1만 시대 진입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다만 고유가·고금리 환경에서 기업 이익 증가세가 예상대로 이어질 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hj91@fnnews.com 김현정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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