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임대차계약서 작성하고
약 1억원 가로채는 등 범죄 공모
금융기관 피해 입어
재판부 "국민 주거 안정에 악영향"
[파이낸셜뉴스]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조건을 맞춰드릴게요. 대신 대출금 중 일부를 수수료로 주세요."
지난 2021년 11월 인터넷에서 대출 상담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건 A씨(29)는 한 상담사로부터 이러한 제안을 받았다. 부동산을 실제 임차할 생각은 없었다. 대출 알선업자인 B씨(29)를 소개받은 것도 그즈음이었다. B씨는 허위 임대차계약을 하기 위해 부동산 소유자를 물색했고 무자본 갭투자로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한 C씨(34)를 같은 편으로 끌어들였다. C씨는 '허위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도와 달라'는 제안을 승낙했다.
이들의 범행은 순탄하게 진행됐다. 지난 2021년 12월 경기 고양시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B씨의 지시에 따라 C씨를 임대인, A씨를 임차인으로 하는 허위 계약을 맺었다. 보증금은 1억1000만원, 임대차 기간은 2021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였다. 이들은 허위 임대차계약서와 계약금 800만원이 명시된 영수증도 작성했다.
금융기관 직원은 이들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다. 일당은 한 금융기관의 모바일앱에 접속해 비대면으로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신청했다. 계약금 영수증과 회사 해촉증명서를 증빙서류로 송부했다. 결국 지난 2021년 12월 임대인 역할을 했던 C씨의 계좌로 전세보증금 대출 명목으로 9900만원이 송금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주민등록법도 위반했다.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토대로 대출금을 받은 뒤 지난 2021년 12월 전입신고를 완료했고 이듬해 1월까지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해 달라는 안내에 따라 '정부 24' 앱에 접속해 전입한 사실이 없음에도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완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대출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사건 당시 해당 부동산에는 보증금 1억1000만원의 전세 계약을 체결한 다른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보증금 반환 채무를 승계하는 조건으로 부동산을 매수한 C씨는 실제 임차인과 퇴거와 관련한 보증금 반환을 합의한 적이 없었다. A씨는 부동산을 실제 임차하지 않고 전월세 보증금 명목의 대출금을 임차보증금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는 의도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A씨와 C씨는 뚜렷한 직업이나 재산도 없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김회근 판사)은 최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B·C씨에게 각각 징역 8개월, 6개월, 8개월을 선고했다. 이 가운데 B씨는 지난 2024년 5월 서울북부지법에서 범죄단체조직죄 등으로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는 등 범죄 전력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재판부는 "허위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금융기관인 피해자로부터 무주택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전세자금 대출금 9900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전세자금 대출 제도의 허점을 노린 범행은 피해자인 금융기관의 피해를 넘어 전세자금 대출과 보증 제도의 위축을 가져와 국민의 주거 안정까지 손해를 끼칠 수 있어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피고인들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일부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자수했고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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