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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과 해녀의 삶, 자카르타서 만났다… 동남아 첫 4·3 특별전 개막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7 12:40

수정 2026.05.17 12:40

'기억의 섬, 삶의 바다' 18일까지
4·3 유족·해녀 직접 무대 올라
유네스코 기록유산 의미 소개
K-푸드 리셉션·체험 프로그램 운영
평화·공동체 가치 국제사회 공유

지난 1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KOREA360 메인 아트리움에서 열린 특별전 ‘기억의 섬, 삶의 바다-제주’ 개막 행사에서 ‘제주의 이야기’ 토크쇼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지난 1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KOREA360 메인 아트리움에서 열린 특별전 ‘기억의 섬, 삶의 바다-제주’ 개막 행사에서 ‘제주의 이야기’ 토크쇼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4·3의 기억과 제주 해녀의 삶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현지 시민들을 만났다. 동남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제주4·3 해외 특별전으로 4·3의 역사적 진실과 화해·상생의 가치, 해녀 공동체의 삶을 함께 알리는 국제 교류의 장이다.

17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특별전 '기억의 섬, 삶의 바다-제주'가 지난 1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KOREA360 메인 아트리움에서 개막했다.

KOREA360은 자카르타 시내 롯데몰 1층에 있는 한국문화 홍보관이다. 제주도는 해외 한국문화원과 협력해 유럽과 일본에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제주4·3과 해녀를 주제로 한 전시를 마련했다.



제주4·3 관련 전시가 동남아시아권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오사카 등에서 진행된 해외 전시의 흐름을 이어 제주4·3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통로가 넓어진 셈이다.

이번 전시는 제주4·3의 역사적 진실과 화해·상생의 가치, 제주 해녀가 이어온 공동체의 삶을 함께 다뤘다. 4·3이 국가폭력의 아픈 역사라면 해녀 문화는 거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온 여성 공동체의 기록이다. 두 이야기를 함께 배치해 제주의 상처와 회복, 생존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는 구성이다.

개막 행사는 사전 프로그램인 '제주의 이야기' 토크쇼로 시작됐다. 이어 공식 개막식과 제주 향토 음식을 활용한 K-푸드 리셉션이 진행됐다. 현지 관람객들은 전시와 토크쇼를 통해 제주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함께 접했다.

토크쇼에서는 제주4·3 유족과 해녀가 직접 무대에 올랐다. 양성홍 제주4·3실무위원회 부위원장은 행방불명 희생자의 유해를 발굴하고 신원을 확인해 가족 곁으로 돌려보내기까지의 과정을 전했다. 4·3이 남긴 상처와 유족의 오랜 기다림을 현지 시민들에게 증언한 자리였다.

제주4·3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의미도 함께 소개됐다. 4·3 기록은 지역의 비극에서 국가폭력과 인권 회복, 진실 규명의 과정을 보여주는 인류 공동의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 전시는 이 기록을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실천적 과정이다.

북촌어촌계 해녀 회장인 문영월 해녀는 바다에 기대어 살아온 해녀의 일상과 물질 문화, 세대를 이어 전해진 여성들의 삶을 전했다. 해녀 문화는 생업이자 공동체 규범이고 바다와 공존해 온 제주인의 생활 방식이다. 현지 관람객들은 해녀의 경험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특별전 ‘기억의 섬, 삶의 바다 - 제주’에서 현지 관람객들이 제주4·3과 해녀 문화를 다룬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특별전 ‘기억의 섬, 삶의 바다 - 제주’에서 현지 관람객들이 제주4·3과 해녀 문화를 다룬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개막식에는 윤순구 주인도네시아대한민국대사, 이상전 주인도네시아한국문화원장, 김종헌 재인도네시아한인회장, 김지선 한국관광공사 자카르타 지사장 등이 참석했다. 한인회 관계자와 현지 문화예술계 인사, 인도네시아 언론과 시민들도 함께해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보였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김인영 특별자치행정국장이 대독한 개회사에서 "이번 특별전은 제주4·3과 해녀의 삶을 통해 기억과 평화, 공동체의 가치를 공유하는 자리"라며 "제주도는 자카르타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국제 교류를 더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윤순구 주인도네시아대한민국대사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섬 제주가 간직한 역사와 강인한 삶의 숨결을 인도네시아에서 만나게 됐다"며 "이번 전시가 제주의 진짜 이야기를 깊이 이해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헌 재인도네시아한인회장은 "이번 전시는 제주4·3의 역사적 의미와 제주 해녀 공동체의 삶을 통해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국제사회에 전하는 자리"라며 "한인사회도 양국 문화 교류와 우호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축사에서 "이번 특별전은 아픈 섬의 기억이 제주해녀의 강인한 삶과 만나 제주가 평화의 공동체가 된 과정을 보여주는 상징적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전시 공간은 제주의 사계절을 형상화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평화의 메시지를 함께 담았다. 행사 기간에는 해녀 전통 물옷을 입고 불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운영된다.
주인도네시아한국문화원에서는 제주를 주제로 한 앙금 공예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이번 특별전은 오는 18일까지 이어진다.
제주도는 해외 한국문화 거점과의 협력을 통해 4·3의 세계화와 제주 해녀문화 확산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