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보이스피싱, 심각한 사회문제...엄벌 필요"
"해외 콜센터·대포통장 활용한 점조직 범행"
다만 조직 감시·통제로 탈퇴 어려웠던 점 참작
[파이낸셜뉴스] 40대 남성 김모씨는 2017년 8월 보이스피싱 조직의 국내 총책 배모씨로부터 가입 제안을 받고 중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현지 보이스피싱 콜센터에서 무역회사·주류회사 직원을 사칭하며 범행에 쓸 계좌와 체크카드를 모으는 통장모집팀 상담원을 맡았다. 조직이 뿌린 "싼 이자로 대출을 해주겠다"는 미끼 문자메시지를 보고 연락한 사람들에게 "세금 감면 명목으로 사용할 체크카드를 2~3일 빌려주면 돈을 주겠다"고 속여 계좌번호와 비밀번호가 기재된 체크카드를 국내 특정 장소에 보내도록 유도했다. 현금인출팀은 체크카드를 수거해 보관했으며, 대출 사기를 저지르는 대환대출팀에게 계좌정보를 건넸다.
대환대출팀은 금융기관 직원인 척 다른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대출금을 상환하면 기존 대출보다 저금리로 대출해주겠다"고 거짓말한 뒤, 피해금을 통장모집팀 확보 계좌로 송금하게 했다.
김씨는 수사기관 사칭 사기에도 가담했다. 이들은 2018년 2월 한 피해자에게 "서울중앙지검 지능범죄수사팀인데, 본인 명의 대포통장이 범죄에 이용됐다"며 "범죄 연관성을 확인하려면 돈을 전부 인출해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속였다. 이후 유인책을 통해 서울 강남구 한 커피숍에서 피해자로부터 3200만원을 갈취했다.
조직은 중국 아파트를 빌려 인터넷전화기와 인터넷공유기, 노트북 등을 설치한 뒤 콜센터 사무실로 운영하면서 부장·팀장·상담원 등 직급 체계를 갖췄다. 신규 조직원은 업무 매뉴얼을 전달받고 팀장이나 '선수급' 상담원에게 약 1주일간 교육을 받았다.
조직원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오전 9시~오후 6시) 근무했고 업무 시간 후에도 숙소에 머무는 원칙을 지켜야 했다. 외부 한국인과의 교류는 제한됐다. 간부들은 하부 조직원들의 여권을 보관하며 임의 귀국을 방지했으며, 아파트 경비원이나 택시기사를 통해 이들의 이동 경로를 감시했다. 탈퇴 의사를 밝힌 조직원에게는 범행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을 국내 수사기관에 넘기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김씨의 보이스피싱 범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8년 8월 배씨로부터 또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 가입을 권유받고 다시 통장모집팀 상담원 역할을 수행했다. 범행 수법은 첫 번째 조직과 유사했으며, 2019년 4월까지 161회에 걸쳐 23억1117만원 상당을 편취하거나 미수에 그쳤다. 이때도 수사기관을 사칭해 피해자 1명으로부터 총 3300만원을 뜯어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서지원 판사)은 지난 7일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사기·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피해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 뿐 아니라 해외에 콜센터 등 사무실을 차려두고 각종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사용하면서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범죄 소탕이 어려워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므로 가담자들을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구체적인 지위와 역할 및 범행 기간 등에 비춰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 피해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범죄단체에서 일정 수준의 감시와 통제가 이뤄져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탈퇴가 쉽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등 범행 경위와 과정에 있어 다소 참작할 만한 부분이 있다"며 "피고인이 취득한 수익이 전체 피해 규모와 비교할 때 적은 편이며, 계좌 지급정지 등으로 일부 피해는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이종 범행으로 1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psh@fnnews.com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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