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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원유로 대체" 에너지 패권 노린 트럼프… 美소비자는 '고유가' 비명[글로벌리포트]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7 19:01

수정 2026.05.17 19:00

이란 타격… 원유·LNG 수출 사상 최대
미국 내 연료 가격도 올라 인프라 압박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으로 역설적이게 에너지 수출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중동발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자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확보 경쟁에 나섰다. 다만 미국 내 휘발유 가격도 급등하면서 미국 소비자들 역시 에너지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4월 말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이 하루 평균 1290만배럴로 집계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셰일 혁명을 통해 세계 최대 산유국 반열에 오른 이후에도 보기 드문 수준이다.

미국은 최근 몇 년간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전환했지만 이번 전쟁을 계기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신 등에 따르면 올해 1~4월 미국의 디젤, 휘발유,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항공유 및 에탄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휘발유 수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 증가했으며 경유 수출량은 23%, LNG 수출량은 26%, 석유화학 공장에서 사용되는 에탄 수출량은 30% 늘었다. 일반적으로 휘발유나 디젤보다 수출 규모가 작은 항공유 수출도 급증해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각국이 에너지 비축 확대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걸프 연안에는 글로벌 원유 수요가 몰려들고 있다. 4월 말 기준 빈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60척 이상이 미국 걸프 연안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쟁 이전 대비 약 3배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수개월 동안 미국산 원유 수출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지역의 항만·액화시설 가동률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라시아그룹의 에너지 부문 총괄인 헤닝 글로이스테인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우려되는 점은 미국,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정치적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기후 정책,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안보, 관세 문제 등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런 공급 의존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연료 가격도 함께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전쟁 이전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약 70달러 수준에서 이번 주 115달러 안팎까지 급등했다.
이란과의 전쟁 발발 이후 원유 가격이 약 64% 상승한 영향이다.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2월 갤런당 약 2.91달러에서 4월 4.10달러로 급등했으며 최근에는 4.50달러까지 올랐다.
물류비와 항공유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