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 도심의 텃밭에서 상추와 가지 등을 훔쳐 가는 이른바 '텃밭 서리'가 기승을 부리면서 강력계 형사들까지 수사에 투입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중동 전쟁 등의 여파로 치솟은 식탁 물가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가 중랑천변에서 운영하는 도시농업 체험학습장에서 최근 농작물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피해자인 40대 여성 A씨는 지난 15일 자신이 가꾸던 텃밭을 보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2년의 기다림 끝에 지난 3월 약 4.5㎡의 땅을 배정받고 상추와 고추, 가지를 심은 A씨는 30포기 넘는 상추를 이틀에 한 번씩 꼬박꼬박 물을 주고 애지중지 키워왔다.
A씨는 "두 달 동안 열심히 키운 상추 수십 포기가 뿌리째 뽑혀 나갔다"며 "수확의 기쁨을 느끼려고 시작했는데 도둑의 개인 마트가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2년째 텃밭을 가꾸는 B씨(53) 역시 일주일 전 정성껏 일궈둔 깨 모종을 통째로 도둑맞았다고 푸념했다.
B씨는 "매일 아침 물을 주고, 퇴근하면서 또 한 번 주는데 그새 깨 모종 몇 개를 삽으로 퍼갔다"며 "별것 아니지만 꽃이 피면 기분도 좋고 힐링이 되는데 그걸 훔쳐 가니 너무 기분이 나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달 새 동대문구에서 농작물 절도 관련 민원이 5~10건 접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르자 동대문경찰서 소속 강력계 형사들까지 출동해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범인을 특정하는 일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텃밭 면적이 넓고 산책로와 인접해 접근이 쉬운 반면, 927개에 달하는 텃밭 전체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는 인근 장안교에 달린 1∼2대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심 텃밭 서리가 기승을 부리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중동 전쟁 등의 여파로 치솟은 장바구니 물가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말농장이나 도심 텃밭에서 농작물을 서리 당했다는 피해 사례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피해가 계속되자 구청 측은 텃밭 주변에 '절도 금지' 현수막을 내걸고, 현장 근로자의 순찰을 늘리기로 했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예산상 즉시 CCTV 설치가 어려워 내년 편성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절도 신고가 늘어 동대문서에 주야간 순찰 강화 요청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상추, 깻잎 한 장이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적발되면 절도 혐의로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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