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텔레칩스·파두 등 '한국의 엔비디아' 꿈꾸는 팹리스

강경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5 15:26

수정 2026.05.25 20:29

팹리스 반도체 기업 상당수 실적 개선 일궈
'데이터센터 반도체' 파두 성장 두드러져
'깜짝' 실적에 제주반도체·파두 등 주가 폭등
팹리스 따라 디자인하우스 역시 동반 성장
반면 엔비디아·퀄컴 등 비교해 영세한 상황
"슈퍼사이클 속 경쟁력 약화할 수도" 지적

텔리쳅스 반도체. 텔레칩스 제공
텔리쳅스 반도체. 텔레칩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초호황(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반도체 대기업뿐 아니라 대부분 중견·중소 규모인 국내 팹리스 반도체 기업들 역시 뚜렷한 실적 개선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주반도체와 파두, 텔레칩스, 동운아나텍, 어보브반도체, 픽셀플러스 등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팹리스 반도체 기업들 상당수가 올해 1·4분기 매출 증가를 일궜다. 이들 기업 중 데이터센터용 반도체에 주력하는 파두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파두가 올해 1·4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이 전년 동기 192억원보다 210% 늘어난 595억원이었다.



제주반도체·파두 등 '어닝서프라이즈'

특히 영업이익 77억원을 올리면서, 전년 동기 110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고 구글과 메타, 아마존, 스페이스X 등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활발히 이뤄진다. 파두는 이러한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반도체 일종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컨트롤러' 사업에 주력한다.

파두 관계자는 "올해 1·4분기를 기점으로 매분기 더욱 가파른 실적 성장이 예상된다"라며 "공시 기준 신규 수주만 1663억원을 기록하면서 이미 지난해 연매출 924억원을 뛰어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팹리스 기업들은 반도체 개발만 전문으로 하고 생산은 외주에 맡기는 형태로 사업을 운영한다. 전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 무선통신 반도체 분야 1위 퀄컴 등이 대표적이다. 팹리스 반도체 기업이 개발한 제품은 대만 TSMC와 중국 SMIC,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스 등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들이 제조를 담당하는 형태다.

이렇듯 팹리스 반도체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디자인하우스 역시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 반도체 기업들과 파운드리 업체들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대만 TSMC 공식 파트너인 에이직랜드는 올해 1·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42% 늘어난 54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손실은 79억원에서 30억원으로 줄면서 수익성을 개선했다.

디자인하우스 등 팹리스 생태계 동반 성장

삼성전자 디자인하우스로 등록된 세미파이브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37% 증가한 47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141억원에 달했던 손실은 이번에 영업이익 1억원을 올리며 흑자로 전환했다. 아울러 가온칩스와 에이디테크놀로지 등 디자인하우스 상당수가 매출 증가와 함께 수익성 개선을 일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메모리반도체보다 2배 이상 큰 시장을 가진 시스템반도체 부진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한국에서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는 팹리스 반도체 기업 상당수가 여전히 해외 경쟁사와 비교해 영세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팹리스 반도체 업계 10위 안에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미국은 △엔비디아 △퀄컴 △브로드컴 △AMD △마벨 △옴니비전 △MPS 등 무려 7곳이 이름을 올렸다. 대만은 △미디어텍 △노바텍 △리얼텍 등 3곳이었다.
중국 역시 하이실리콘, 기가디바이스 등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추세다.

한국팹리스산업협회 김경호 회장은 "전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 중 한국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2%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한국에서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팹리스 반도체 기업들의 혁신이 지연될 경우 반도체 슈퍼사이클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팹리스 경쟁력은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과 대만, 중국처럼 한국 역시 팹리스 기업이 반도체를 만들면 전공정(파운드리), 후공정(OSAT) 등 제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반도체 제조사들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