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놀며 축구를 하거나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들의 함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학교 주변 아파트 주민들의 소음 민원과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에게 쏠리는 책임 문제 등으로 인해 방과 후는 물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운동장 사용을 엄격히 통제하는 학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만 8곳 중 1곳이 이 같은 지침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jtbc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 하교 시간, 아이들은 텅 빈 운동장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하교 후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은 금지된 지 오래다.
학생 A양은 "방과 후 (학원 등을) 기다릴 때 원래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어야 하는데, 못 뛰어노니까 기다릴 데가 없다"고 토로했다.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은 교실에 갇혀 지낸다. 남학생 B군은 "잡기 놀이 같은 건 절대 못 한다. 하면 혼난다"고 말했고, 또 다른 학생 C군 역시 "교실 안에서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떠들기만 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학교가 운동장 문을 걸어 잠근 가장 큰 이유는 주변의 '민원'과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이다.
특히 아파트 단지와 맞닿아 있는 학교들의 경우, 아이들의 활기찬 함성이 '생활 소음'으로 취급되어 인근 주민들의 민원 대상이 되기 일쑤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전체 학생이 참여하는 운동회 도중 소음 민원이 접수되어 경찰이 학교에 출동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안전사고 우려 역시 학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학교 옆에 큰 도로가 있어 공이 넘어갈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구기 종목 통제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책임은 오롯이 교사 몫?
교육 현장에서는 각종 사고와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한다. 체육활동 중 학생이 다치거나 판정에 대한 불만이 생기면 곧장 악성 민원으로 이어지고, 그 책임은 오롯이 담당 교사가 짊어져야 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선생님들이 안전하고 안심하며 체육활동을 권장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먼저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 관내 초등학교 600여 곳 중 방과 후 체육활동 등을 제한하는 학교는 75곳에 달한다. 대략 8곳 중 1곳꼴이다. 자치구별로는 노원구, 서초구, 강남구, 강동구 등 소위 '학군지'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교육당국의 안일한 대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초 체육활동 제한 학교를 4곳으로 발표했다가, 정치권의 재집계 요구가 이어지자 55곳, 101곳으로 말을 바꾸다 결국 75곳으로 수정해 현장 상황 축소에 급급하다는 빈축을 샀다.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규칙에 순응해야만 하는 아이들이다. 운동장 출입이 통제된 저학년 학생 중에는 "운동장에서 놀아본 적이 없어서 별로 아쉽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운동장 없는 학교'가 일상이 되어버렸다.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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