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까지 신청 3900대, 상반기 목표 임박
5월 말 예산 소진 전망에 재원 확보 과제
낮은 보조금 논란 속 제주형 15종 정책 확대
V2G·분산에너지 실증과 보급정책 연계
전기차, 이동수단에서 전력자원으로 활용해야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전기차 시장이 다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전기차 민간보급 신청이 3900대에 달하면서 상반기 목표 4000대에 사실상 도달했다. 보조금 예산은 5월 말 소진 가능성이 제기됐고, 전기차 확대가 재생에너지와 분산에너지 정책까지 맞물리면서 제주형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다시 점검해야 하는 국면이다.
19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자동차 민간보급사업 신청 건수는 4월말 3900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제주도가 지난 2월 10일 공고한 올해 전기차 보급 목표는 모두 6351대이며, 이 가운데 상반기 물량은 4000대다.
신청 증가 속도는 예상을 넘어섰다. 4월까지 신청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고유가 부담과 전기차 차종 다양화, 배터리 성능 개선, 제주형 추가 지원책이 겹치면서 대기 수요가 한꺼번에 움직인 것으로 제주도는 보고 있다.
제주도는 보조금 신청 접수가 중단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국비 선사용 협의를 진행했다. 이후 국비 조정으로 53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또 1회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국비 117억원과 도비 58억원을 더 반영했다. 현재까지 확보된 전기차 보급사업 예산은 633억원 규모다.
다만 신청 증가세가 이어지면 현재 예산만으로는 5월 말쯤 보조금 물량이 소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예산이 소진되면 신청 접수가 일시 중단될 수 있어 제주도는 신청 추이와 집행 상황을 보며 접수 운영 방안을 조정할 방침이다. 국비 선사용에 따른 도비 대응분 약 180억원은 하반기 제2회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제주는 국내 전기차 보급의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공공데이터포털의 제주특별자치도 전기자동차 등록현황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도내 운행 전기차 등록 대수는 3만9535대에 이른다. 전기차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다시 신청이 몰린다는 것은 친환경차 구매 흐름을 넘어 생활 교통비와 에너지 정책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환 속도가 빨라질수록 보조금 논란도 커진다. 제주 전기차 보조금이 다른 시·도보다 낮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다른 광역도는 도비에 산하 시·군비가 더해지는 이중 구조지만, 제주는 단일 광역자치단체여서 시·군 단위 추가 재원이 없다. 기본보조금만 비교하면 제주 지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주도는 이 구조적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주형 추가보조금 15종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 연령 확대, 신생아 출산가정, V2G 차량 구매자, 1차산업 종사자, 소상공인, 장애인·차상위계층 등 구매자 특성과 정책 목적을 반영한 방식이다. 기본보조금에 추가보조금을 합치면 실제 지원 규모가 다른 자치단체와 비슷하거나 일부 항목에서는 더 높다는 것이 제주도의 분석이다.
전기차 보급은 이제 교통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주에서는 재생에너지와 전력계통, 분산에너지 정책과 직접 맞물린다. 전기차가 늘면 충전 수요가 커진다. 반대로 낮 시간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차량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에 다시 계통으로 보내는 방식도 가능해진다.
이때 핵심 기술이 V2G다. V2G는 'Vehicle to Grid'의 약자로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전력망으로 되돌려 보내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전기차가 이동수단에서 작은 에너지저장장치 역할까지 하는 구조다. 낮에 태양광·풍력 전력이 많을 때 충전하고, 전기가 많이 필요한 시간에 방전하면 전력계통 부담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제주는 이 실험의 전면에 서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정부의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됐다. VPP 기반 V2G 모델 36㎿, ESS 모델 60㎿, P2X 모델 57㎿ 등 모두 153㎿ 규모의 유연성 자원을 확보해 전력계통 안정성과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분산에너지는 대형 발전소에서 전기를 멀리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생산하고 소비하고 조정하는 에너지 체계다. 제주는 풍력과 태양광 비중이 높지만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출렁인다. 전력이 남으면 출력제어가 발생하고, 수요가 몰리면 계통 안정 문제가 생긴다. 전기차와 ESS, 수요관리 기술을 묶어 이 변동성을 흡수하는 것이 제주 분산에너지 정책의 핵심이다.
실증도 시작됐다. 제주에서는 전기차를 충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방전을 통해 전력망과 연계하고 전기를 사고팔 수 있는 V2G 모델 기반 분산에너지 특구 실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V2G 모델이 정착되면 출력제어 문제를 완화하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길이 열릴 수 있다.
다만 전기차 보급 확대가 곧바로 전력계통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차량 배터리를 계통 자원으로 활용하려면 충전기 보급, 양방향 충전 표준, 배터리 수명 보전, 전력 판매 보상체계, 이용자 동의 방식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도민 입장에서도 "전기차를 사면 얼마나 지원받는가"뿐 아니라 "충전이 편한가", "전기요금 부담은 어떤가", "배터리를 전력망에 활용하면 어떤 보상을 받는가"가 중요해진다.
올해 전기차 신청 폭주는 그래서 두 가지 신호를 동시에 준다. 하나는 도민의 전기차 전환 수요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보조금과 충전 인프라, 분산에너지 제도가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수요가 불편과 불만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지난 3월 30일 이재명 대통령 타운홀미팅에서 제시된 전기차 보급 확대 방안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보조금 예산의 안정적 확보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핵심이다. 제주지역의 전기차 보급 여건,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전력계통 안정화 과제를 함께 고려한 정부 지원 확대 필요성도 설명하고 있다.
김남진 제주도 혁신산업국장은 "도민들의 전기차 전환 수요가 확인된 만큼 정부 협의를 통해 제주 여건에 맞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구매 부담을 낮추고 보급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재원 확보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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