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을 속여 수억 원대 재산을 가로챈 전 매니저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2021년 말 재판에 넘겨진 지 약 4년 4개월 만이다.
19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3-2부(부장판사 조규설·유환우·장윤선)는 지난 3월26일 준사기·사문서위조·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유진 박의 전 매니저 김모씨(65)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은 상고하지 않았고 김씨만 대법원에 상고장을 냈지만, 이달 7일 본인이 상고를 취하하면서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8살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뉴욕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입학해 당시 최연소 기록을 세운 한국계 미국인 유진박은 1996년 KBS '열린음악회'를 통해 국내 무대에 처음 이름을 알렸다.
클래식과 팝을 넘나드는 전자 바이올린 연주로 단숨에 대중적 인기를 얻었지만, 2009년 전 소속사로부터 학대를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충격을 안겼고, 이후로도 한국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그를 주변에서 이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사건도 2019년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가 김씨를 사기·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하면서 본격적인 수사로 이어졌다.
김씨는 박씨가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를 앓고 있고 독자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운 점을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에게 "여기에 서명하면 바이올린 공연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회유해 차용증과 토지 매매계약서 등을 쓰게 한 뒤, 그 이득을 자신이 챙기는 방식이었다.
수법은 다양했다. 박씨는 김씨 종용으로 2016년 8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세 차례 차용증을 써 수억 원대 채무를 떠안았고, 김씨는 박씨 명의로 빌린 돈을 대신 받아 3억5750만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박씨 소유 제주도 토지 세 필지도 각각 8000만원, 1억5800만원, 3억2000만원에 매도된 뒤 매매 대금 상당액이 김씨 손으로 흘러간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2018년 6월에는 박씨가 임차한 아파트 월세 계약 조건을 변경하게 해 임대보증금 차액 5000만원을 빼돌렸고, 박씨에게 지급될 토지 보상금 1억8000만원가량도 빼내 자신의 채무 변제 등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김주완 판사는 지난해 11월 김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심신장애 상태에 있는 피해자가 피고인을 믿고 따르는 것을 이용해 피해자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고 그 상당 부분을 개인적 용도에 썼다"며 "재산상 피해가 큰 바 향후 피해자의 삶과 복지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에 김씨가 형이 무겁다며 항소하자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일부 받아들여 원심보다 형량을 6개월 깎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회복이 되지 못했고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와 함께 생활하며 그를 보호해 왔고, 진심으로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는 보인다. 또 피해자 명의로 빌린 돈은 전부 변제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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