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중 종료 나흘 만에 푸틴 국빈 방문
중국, 미중 정상회담 직후 곧바로 중러 정상외교
시진핑, 미국·러시아 정상 연쇄 회담으로 존재감 부각
중러 공동성명·협력문건 40여건 발표 예정
미국 견제와 관계 안정 사이 중국의 전략적 줄타기 주목
[파이낸셜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중국을 국빈 방문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략 공조를 다시 한번 과시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중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지 불과 나흘 만이다. 미중 정상 접촉 직후 곧바로 중러 정상회담이 이어지면서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상대하는 외교 무대를 연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외교부와 러시아 측 발표를 종합하면 푸틴은 이날 오후 베이징에 도착해 댜오위타이 국빈관에 머문 뒤 20일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푸틴의 25번째 방중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중러 관계 전반과 함께 경제·에너지 협력, 우크라이나 전쟁, 국제 질서 재편 문제 등이 폭넓게 논의될 예정이다. 최근 이뤄진 미중 정상 간 접촉 상황 역시 주요 의제로 거론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회담 뒤 국제 정세에 대한 공동 입장을 담은 공동성명과 40여건의 협력 문건에도 서명할 계획이다.
특히 양국은 미국과 전략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핵심 안보·주권 이슈를 사실상 상호 지원하는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내놓고 있다. 푸틴은 방중을 하루 앞둔 18일 공개한 영상연설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국가 통합과 주권 보호를 포함한 광범위한 사안에서 서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각각 서방과 갈등 중인 양국이 전략적 공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을 주장하고 있으며 중국은 대만 문제를 핵심 주권 사안으로 규정하고 있다.
푸틴은 또 "러시아와 중국의 우호 관계는 미래를 위한 가장 대담한 계획도 가능하게 한다"며 "양국이 정치·경제·국방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유엔과 브릭스(BRICS) 등 다자기구에서도 공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협력 역시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다. 중러 동부 노선 가스관 '시베리아의 힘-1'은 지난 2019년부터 가동 중이며 몽골을 경유하는 서부 노선 '시베리아의 힘-2' 프로젝트도 본격 논의되고 있다. 해당 사업이 현실화될 경우 러시아의 대중국 천연가스 공급 규모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서방 제재로 유럽 시장 의존도를 낮추려는 러시아와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푸틴이 방중을 계기로 중러 관계의 전략적 의미를 집중 부각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세계가 격동할수록 중러 협력의 필요성이 커진다"며 중러 관계를 "국제적 공정성과 정의를 수호하는 중요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또 중러 관계를 "세계 질서의 안정추"라고 표현하면서 "앞으로 어떤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는 함께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한후이 주러시아 중국대사 역시 이날 인민일보 기고문에서 "성숙하고 안정적인 중러 관계는 양국 발전뿐 아니라 글로벌 거버넌스 개선과 세계의 지속 가능한 번영에도 긍정적 에너지를 제공한다"면서 "양국 정상의 직접적인 지도 아래 신시대 중러 우호협력의 새로운 장을 계속 써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양 정상은 회담 이후 '중러 교육의 해' 개막식에도 함께 참석한다. 외교·안보뿐 아니라 사회·문화 교류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며 관계의 장기화를 강조하는 행보다.
다만 중국은 트럼프와 최근 정상회담을 통해 미중 관계 안정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와 밀착 수위를 어디까지 끌어올릴지는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중국이 미국과 충돌을 완전히 감수하기보다는 러시아 카드를 활용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적 균형을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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