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적선박 20여척 갇혀있어
나무호도 미상의 비행체에 피격
해양수송로 의존 한국에 큰 타격
선진 강대국 반열에 도달한 한국
청해부대와 아크부대 임무 확대
中日과 국제질서 안정 앞장서야
그런데 정작 한국은 증진된 국가적 역량을 사용하여 국제질서 안정에 기여하는 대외정책 추진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상태를 해제하기 위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14일부터 한국과 일본·중국·영국·프랑스에 함선 파견을 요청하였고, 나무호가 피격된 직후인 5월 4일과 5일에도 다시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해협 개방을 위해 한국 등의 참가를 재요청하였다. 이와 별도로 지난 4월 2일에는 영국의 이베트 쿠퍼 외교장관 주재로 40여개국 외교장관이 화상회의를 갖고 이란에 조속한 해협 개방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한국 조현 장관도 이 회의를 통해 여타 국가들과 함께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요청하는 입장을 밝히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대해 우리가 수세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다.
필자는 한국이 스스로의 국가이익을 위해서도 중요한 해양수송로 가운데 하나인 호르무즈해협의 개방과 자유항행 회복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방법으로는 이미 2009년부터 아덴만 해역에서 해적퇴치 작전을 벌이고 있는 청해부대의 활동범위를 호르무즈해협 방면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고, 2011년부터 아랍에미리트에 주둔하고 있는 아크부대의 임무나 능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적극적 대응 과정에서 동맹국 미국은 물론 42척의 선박이 호르무즈해협 안쪽에 갇혀 있는 일본이나 원유수입의 30% 이상을 호르무즈해협 통과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과도 공동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과 중국도 각각 아덴만에 해적퇴치를 위한 함선들을 파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주도적으로 공동협력을 제안할 경우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적극적 대응을 통해 호르무즈해협 안쪽에 묶여있는 20척가량의 한국 국적 선박들의 안전항행과 선원들의 신변보호를 위한 국가 차원의 강력한 의지를 세계에 보일 필요가 있다. 나아가 거듭 함선 파견을 요청하고 있는 동맹국 미국의 요청에도 부응하게 되어 한미동맹의 글로벌 역할 확대에도 부응할 수 있고, 일본이나 중국과의 해양협력이 성사될 경우 2010년대부터 제도화되고 있는 한중일 협력의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 조선업 분야 세계 2위의 실력을 갖고 있고, 수출입 물량의 99% 이상을 해양수송로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국제적 해양수송로의 안전항행 확보는 경제적 생명선을 지키는 일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미 소말리아 해역에 청해부대를 파견하고 있고, 믈라카해협의 안전항행을 위해 설치된 싱가포르 소재 정보융합센터에도 해군 요원을 주재시키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이다. 대표적 국제 해양기구들인 국제해사기구 사무총장과 국제해양법재판소 소장을 배출하면서 자유항행의 원칙을 위한 규범 수호와 국제 해양협력을 주도하기도 하였다. 그러한 대한민국이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하는 것은 글로벌 책임국가를 표방한 우리 정부의 국가비전에도 부합하는 길이 될 것이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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