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치솟는 유가, 인플레 우려 불 질렀다… 글로벌 채권 매도 행진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9 18:11

수정 2026.05.19 18:10

호르무즈 봉쇄에 원유재고 바닥
고유가發 인플레 공포 채권 강타
美 30년물 국채금리 5.16%까지
Fed 연말 금리인상 가능성 대두

지난 17일(현지시간) 오만의 북부 무산담 반도에 위치한 항구 하사브 앞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들이 해협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7일(현지시간) 오만의 북부 무산담 반도에 위치한 항구 하사브 앞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들이 해협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출렁이는 국제유가가 에너지 수급 불안을 건드리면서 장기 인플레이션 우려와 글로벌 채권 매도로 번졌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해협 개방 외에 국제유가 안정의 해법이 없다고 내다봤다. 이란 전쟁의 장기화로 몇 주 안에 석유 재고 고갈이 가시화되면서 금융시장으로의 불안 전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 거래된 7월물 브렌트유 선물과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각각 배럴당 112.1달러, 108.66달러로 장을 마쳤다. 두 유종은 전장 대비 각각 2.6%, 3.07% 올라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유가 불안이 불붙자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일부 풀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8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재무부는 가장 취약한 국가들이 현재 해상에 발이 묶인 러시아산 원유에 일시적으로 접근하도록 30일간의 임시 일반 면허를 발급한다"고 말했다.

■G7 파리회의, 채권 매도세 의제로

글로벌 비축 유류의 고갈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장기 인플레이션 우려로 번지며 글로벌 채권시장 매도세로 이어졌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장중 한때 5.16%까지 올라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은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대비 6%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했다. 여기에 비축유 고갈의 악영향이 본격적으로 실물 경제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면서 이 같은 흐름을 재촉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매도세가 압도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 동결을 넘어, 연말까지 0.25%p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장기금리 상승으로 정부 조달 비용은 물론 기업·가계 차입 부담까지 커지면서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스탠다드차타드 수석 전략가 에빅 로버트슨은 각국 정부의 가계 지원책 역시 시장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채권시장의 부담은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불안을 키우고 있다.

유가가 금융시장을 흔드는 상황으로 번지자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날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회의를 열고 글로벌 채권시장 매도세 문제를 주요 의제로 논의했다. 제프리스의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 모히트 쿠마르는 "인플레이션과 재정 적자 우려가 채권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며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역시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IEA 사무총장 "재고 부족 심각" 경고

석유 공급 차질 우려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이란 전쟁 이후 약 50% 이상 급등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이날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상업용 (원유) 재고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으며, 수주 분량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하락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면서 북반구에서 봄철 파종 및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되면 경유와 비료, 항공유, 휘발유 수요가 동시에 늘어나 원유 재고가 급감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실물 시장의 재고 부족이 금융 시장의 가격 반응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IEA는 지난 13일 보고서에서 2월 이란전쟁으로 세계 석유 해양 운송량의 약 20%가 지나던 호르무즈해협이 막힌 이후, 지난 3~4월 세계 원유 재고가 일평균 400만배럴 줄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16일 스위스 UBS 은행 관계자들을 인용해 원유 수요가 전월과 동일할 경우 5월 말 세계 원유 재고가 사상 최저 수준인 76억배럴에 근접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아직 물리적 공급 부족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유럽에서는 이달 말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에너지컨설팅 업체 라피단에너지그룹의 밥 맥날리 회장은 CNN에 "지금 문제는 단 하나의 조치로 해결될 것이다.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여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