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정부에 힘 실어야" "북구 사람 찍어야" "잘 싸울 사람 필요" [6.3 지방선거]

이해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0 18:25

수정 2026.05.20 18:59

격전지를 가다.. 부산 북구갑 민심도 '3파전'
"李대통령·전재수 후보처럼
하정우도 북구 위해 잘할 것"
"의원 2번 해봤으니 잘하겠지
박민식 찍어서 힘 몰아줄 것"
"민주당에 할 말 하는 한동훈
북구 발전 도움되지 않겠나"

【파이낸셜뉴스 부산=이해람 기자】대한민국 정치가 혼란에 빠진 만큼이나 정치인을 뽑아야 하는 지역 주민들 역시 혼란에 빠져 있다. 극한 대립만 지속될 뿐 정치가 유권자들에게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탓이다. 6·3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열리는 14개 지역 중 가장 큰 관심이 쏟아지는 곳인 부산 북구갑도 그렇다.

지난 17~19일 파이낸셜뉴스가 만난 구포·덕천·만덕동 주민들 중 다수에게서 "누구를 뽑아야 할 지 모르겠다", "선거에 관심이 없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30여년 전 '김영삼'이 적힌 선거운동복을 입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섰다는 한 노인은 "전과자를 뽑으러 투표장에 가고 싶지 않다"며 '정치 혐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북구의 다른 한 켠에서는 변화에 대한 강한 기대감도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 하정우·국민의힘 박민식·무소속 한동훈 등 '거물급 빅매치'가 펼쳐지고 대중과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는 만큼 '차기 대통령'을 배출하고 싶은 욕구가 드러난 것이다. 여권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높이 평가하면서 "더 잘 살기 위한 투표"를 예고했고, 야권 지지자들은 "정권을 심판하기 위한 투표"를 하겠다고 했다. 세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든, 북구갑에서의 투표가 북구 발전과 국내 정치 변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기대가 담긴 셈이다.

■"李대통령처럼 하정우도 일 잘할 것"

현재로써 부산 북구갑 선거는 진보 후보 1명와 보수 후보 2명이 '3파전'을 벌이는 구도에서 하정우 후보가 유리한 판세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여당 소속인 하 후보가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AI(인공지능)미래기획수석으로서 호흡을 맞춘 바 있고 직전 지역 국회의원인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의 '후계자'로 평가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호평과 호감을 그대로 물려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덕천동에서 국수집을 운영하는 40대 남성은 "대통령이 정책 회의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확실히 지적하고 수정하는 것에 대해 좋게 평가한다"며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여당이 정책 추진에 힘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내수를 활성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60대 택시기사 정 모씨는 "전재수가 이쪽(북구)에서 일을 잘했다. 주민들을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줬다"며 "(하정우 후보에게도) 그런 기대를 한다"고 했다.

'젊음'도 그의 무기다. 하 후보는 1977년생으로, 박민식(1965)·한동훈(1973) 후보와 비교했을 때 가장 젊다. 한 구포시장 상인은 "정치 경험이 없고 미숙하다"며 우려를 드러내긴 했지만 다른 거리에서 만난 30대 청년 김씨는 "젊고 신선한, 때 묻지 않은 이미지가 있다"며 "AI에 대해 박식한 만큼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지 않을까"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 전 후보에 대한 복합적인 평가는 하 후보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70대 택시기사는 박씨는 "공소취소 특검이 말이 되나, 지방선거 끝나고 천천히 하겠다고 하는데 윤석열이 계엄해서 탱크를 천천히 보내겠다는 거랑 똑같은 거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하 후보의 당선이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지는 만큼, 하 후보를 뽑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정치 신인인 만큼 인지도도 풀어야 할 숙제다. 그는 "하정우라길래 영화배우인 줄 알았다"며 멋쩍게 웃었다.

■박민식 지지자 "배신자는 안돼"

박민식 후보는 구포시장 '월남댁' 아들로 '진짜 북구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서운하다"는 감정을 드러낸 주민들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북구에서 키워줬지만 지역을 떠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보수 성향이 짙은 박 후보 지지자들은 그럼에도 여당에 대한 불신, 한동훈 후보에 대한 배신감으로 인해 박 후보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겠다고 전했다.

숙등역 인근에서 만난 한 70대 남성은 "한동훈은 보수의 배신자"라며 "성급하게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민주당 사람 같은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동혁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이재명이 날뛸 수 없도록 박민식을 찍어서 힘을 몰아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60대 남성 정모씨는 "부산에서는 아직 의리가 중요하다. 배신은 용서 받을 수 없다"며 "(한 후보가) 배지 한 번 달아보겠다고 대구니 어디니 눈치보다가 여기(북구갑) 나온 것 아니냐. 뽑아 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민식이 그래도 2번 국회의원 해봤고, 북구 사람이니 제일 잘 하지 않겠나"라며 박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동훈이, 청와대 가서 일 시키야지"

한동훈 후보에게는 '큰 힘'을 기대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법무부장관과 국민의힘 대표 등을 차례로 역임한 잠재적 대권 주자인 만큼 그 인지도에 주목하는 것이다. 강한 힘을 바탕으로 북구 성장을 견인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구포시장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60대 여성 최모씨는 지지하는 후보를 묻자 "하얀 옷 입었어요~ 말 안 해도 알겠제?"라며 "청와대까지 끝까지 밀고 갈끼다"라고 했다. 그는 "우리 직원이 16명인데 분산되지 않고 한 사람을 뽑겠다"며 "재래시장도 살리고, 우리가 일만 할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을 거다.
(한 후보가 당선되면) 구포시장이 잘 알려지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제일검'이라는 별칭처럼, '정부·여당과 가장 잘 싸울 사람'이기 때문에 뽑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구포시장 상인인 40대 채모씨는 "딱 잘라 말해,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사람"이라며 "민주당에게 해야 할 말 잘 하고 돈 뿌리며 민심을 사는 것과 범죄자들을 상대로 잘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