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평소 건강하던 20대 남성이 하프마라톤 결승선을 앞두고 쓰러져 숨진 사연이 전해졌다. 사인은 심장이 갑자기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심정지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젊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도 숨은 심장질환을 갖고 있을 수 있어, 가족력이나 의심 증상이 있다면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결승선 200m 앞에서 쓰러진 26세 남성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 남성 마이크 하퍼 씨(당시 26세)의 사연을 전했다.
하퍼 씨는 런던에 살던 수량산출사로, 이전에도 여러 차례 하프마라톤을 완주한 경험이 있었다.
현장에는 함께 뛰던 경찰관과 관중석에 있던 간호사, 다른 시민이 있었고, 곧바로 심폐소생술이 이뤄졌다. 대회 의료진도 현장에 도착했지만 그는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 트레이시 씨(59)는 "건강했던 내 아들이 어떻게 갑자기 죽을 수 있느냐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가족은 사고 이틀 전에도 그가 평소와 다름없이 지냈다고 전했다.
검사에서도 뚜렷한 이상 못 찾아
의료진은 하퍼 씨의 심장에서 전기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혈액을 정상적으로 내보내지 못한 것으로 봤다. 부검 결과 사인은 심정지로 결론 났지만, 심장 구조에서 뚜렷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정지는 심장이 갑자기 멈추거나 효과적으로 뛰지 못해 온몸에 혈액을 보내지 못하는 상태다. 심근경색처럼 혈관이 막혀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젊은층에서는 심장 근육 이상이나 전기 신호 이상, 유전성 질환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영국 자선단체 '젊은층 심장위험'(Cardiac Risk in the Young·CRY)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매년 14~35세 청소년과 젊은 성인 600명 이상이 갑작스러운 심장 문제로 숨진다. 이 단체는 젊은 돌연 심장사 사례의 80%는 사망 전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운동선수만의 문제는 아냐
CRY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심장 검진 확대를 주장해왔다. 검진은 가슴에 전극을 붙여 심장 박동과 전기 활동을 확인하는 심전도 검사(ECG)를 기본으로 한다. 필요하면 심장 구조와 기능을 보는 심장초음파 검사도 진행한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최근 연구에서는 평균 23세의 젊은층 10만4000여명을 10년간 추적했다. 이 가운데 심전도 검사와 병력 확인 뒤 5700명이 추가 평가를 받았고, 최종적으로 280명에게서 고위험 심장질환이 확인됐다. 이들은 이전까지 진단받지 못한 상태였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세인트조지대병원 심장 전문의 산제이 샤르마 교수는 젊은층 심장 사망이 운동 중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사망 사례의 약 40%가 운동 중이 아니라 수면 중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심장 검진 두고는 의견 엇갈려
다만 모든 젊은층에게 심장 검진을 시행해야 하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CRY는 조기 검진으로 위험 질환을 찾아내고 치료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일부 환자는 부정맥을 일으키는 전기 신호를 차단하는 시술이나 삽입형 제세동기, 심박동기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검진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 브라이턴 로열서식스카운티병원 심장 전문의 데이비드 힐딕-스미스 교수는 심전도 검사에서 실제 질환이 없는데 이상이 있는 것처럼 나오는 위양성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런 결과는 불필요한 불안과 추가 검사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 국가검진위원회는 2019년 젊은층 대상 심전도 선별검사를 국가 프로그램으로 도입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냈다. 심전도의 신뢰도와 사망 감소 효과가 충분히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하퍼 씨 가족은 그의 사망 뒤 부모와 형제자매가 심장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정상이었고, 유전성 심장질환 검사에서도 특별한 문제는 나오지 않았다. 가족은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한 연구에 그의 사례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트레이시 씨는 "우리는 마이크와 26년을 함께할 수 있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려 한다"며 "지금은 그가 언제든 떠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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