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방

韓·美 전작권 연내 전환연도 확정 추진, 내년 최종 검증 진입 타진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1 09:57

수정 2026.05.21 10:27

-軍 "11월 SCM서 시기 결정시 내년 3단계 FMC 가능성"  
-핵잠 협상엔 외교부 전면 결합 범정부 공동 추진체계 가동  
-북핵 고도화 속 '조건과 신뢰' 중심의 안보 현실 점검 관건 
-'동맹 공동 전략자산' 명분 확충과 비확산 패키지 과제 대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일(현지 시간) 미국 펜타곤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일(현지 시간) 미국 펜타곤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지난주 미국 워싱턴 D.C.에서 잇따라 열린 고위급 안보 회의를 계기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조속한 이양을 위한 미측의 전향적인 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은 한미 국방장관 회담과 제28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전반의 성과를 점검하며, 한반도 연합방위체제의 핵심 축인 전작권 전환과 핵추진잠수함(원잠) 도입, 비무장지대(DMZ) 관리 효율화 등 주요 안보 현안들을 심도 있게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軍 "11월 SCM서 시기 결정" '속도전' 속 안보 현실론 상존
국방부는 21일 이번 회의의 전작권 관련 조율 사항에 대해 "기존에 합의된 전환 로드맵의 추진 현황을 면밀히 짚어보는 한편, 조기 이양을 실현하려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군사적 역량을 미측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방부 관계자는 특히 "올해 11월 개최 예정인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구체적인 전환 시기가 확정될 경우, 내년에 곧바로 최종 관문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 평가 및 검증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이처럼 속도감 있는 추진 일정을 제시한 것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COTP)의 조속한 마무리를 유도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양국은 이번 고위급 협의를 통해 전작권 전환 이후의 미래 연합방위 역량을 지속 고도화해 나간다는 원칙론에 뜻을 모았다. 그러나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감안할 때 정해진 시간표의 이면에 도사린 냉엄한 안보 현실을 입체적으로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에 빈틈없이 맞서기 위해서는 단순한 시한 설정보다 연합 지휘체계의 실질적인 상호운용성과 독자적 정찰 역량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미 군 수뇌부 역시 정치적 일정보다는 엄격한 조건 충족을 중시하는 신중한 기류가 강해, 향후 엄중한 정세 변화가 전환 확정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핵잠 도입 '외교·국방 투트랙' 공조, 미국 조야 설득이 관건
군의 숙원 사업인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둘러싼 대미 협상의 실질적인 현주소도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우리 군은 회담 과정에서 한반도 수중 작전 환경에서의 핵잠 도입 필요성과 군사적 가치를 강하게 피력하며 미 전쟁부의 전향적인 지지를 요청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 해군성 장관 등 군 핵심 채널을 통해 일정 수준의 협조를 구했고, 미 국방 당국 차원에서도 지지와 관심을 표명하겠다는 긍정적인 기류를 확인했다"면서도 "다만 핵잠의 핵심 메커니즘은 기술적·제도적으로 미 국무부와 에너지부가 실질적인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계를 짚었다.

이 같은 현실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향후 방한할 미국 측 공식 협상팀에 대응해 외교부와 국방부가 연대하는 범정부 합동 협상팀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미국이 비확산 원칙을 이유로 난색을 표해온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를 조율하기 위해, 외교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가 총동원되는 원자력 협상을 병행 가동할 방침이다. 이는 단순한 무기 체계 확보를 넘어 한미 원자력 협정의 틀을 넘어서야 하는 외교적 난제를 정교한 투트랙 전략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핵추진잠수함 도입은 해군 단독의 전력 증강 사업이 아니라 외교·원자력·비확산·방산협력이 총체적으로 맞물린 고도의 국가전략 과제"라며 "부처별로 메시지가 분산되면 대미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단일화된 협상 창구와 일관된 메시지 관리가 긴요하다"고 진단했다. 유 위원은 또한 미 조야를 설득할 전략적 명분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의 핵잠을 국지적 대응용이 아닌 '한미동맹의 통합 해양억제와 인도태평양 안정을 위한 공동의 안보 자산'이라는 논리로 접근해야 승산이 있다"며 "123협정(미국 원자력법의 제123조 규정을 의미) 과 IAEA 안전조치 등 규제 장벽을 넘기 위해 우리가 책임 있는 비확산 국가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입증할 신뢰 패키지를 선제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 랜드(RAND)의 브라이언 퍼슨 박사 등도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핵잠 확보에 대해 "단순한 한국 해군의 숙원사업이 아니라, 미국의 조선업 병목 현상을 해결하고 인도태평양 내 미 해군의 부담을 분담하는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일환으로 묶어야만 미 의회와 비확산 커뮤니티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사 관할 DMZ 출입 절차 '한미 공동 관리' 제안
국방부는 정전협정 이후 유엔군사령부가 관할권을 행사해 온 비무장지대(DMZ) 내부의 관리 방식을 한미 공동 체제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미측에 다시 한번 피력했다. 현행 체제에서는 지형학적 특성상 일직선이 아닌 굴곡진 DMZ 남방한계선의 구조 때문에, 우리 군이 북측으로 다소 치우쳐 돌출된 아측 구역을 출입할 때도 매번 유엔사(미측)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실무적 불편함이 상존해 왔다. 군 관계자는 "이러한 불합리한 현장 절차와 행정적 비효율을 미측에 상세히 명시했고, 상호 공감대를 바탕으로 상당한 수준의 조율을 이뤄냈다"고 전했다.

이번 한미 국방 고위급 회동은 연합방위태세의 현대화라는 명분 속에서, 향후 한반도 안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긴밀한 과제들을 남겨두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전작권 최종 검증 진입과 범정부 핵잠 협상이 가시화되는 과정에서, 동맹의 신뢰를 한층 굳건히 하고 실질적인 연합 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미 조야를 설득할 정교한 외교적 노력과 전략적 명분 확충이 향후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은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진행했다.
이어 김홍철 국방정책실장과 존 노 인태안보차관보, 제임스 핀치 동아시아부차관보 직무대리 등을 포함한 양국 국방 실무진은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차관보급 회의인 통합국방협의체(KIDD)를 열고 전작권 전환, 핵잠 도입, 조선 분야의 유지·보수·운영(MRO) 등 동맹 현안을 논의한 바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